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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Jul 17. 2021

방묘문을 달다

용이를 받아들이기 위한 고군분투기

용이를 막기 위한 방묘문을 달았다. 활발할 땐 자꾸 깨무는 용이 때문에 잠을 못 자서 잠자리라도 분리하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알아보다 방충망처럼 생긴 방묘문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거실 에어컨을 켜고 잔다고 생각하고, 바람이 가장 잘 들어오는 방에 달았다. 생각보다 보기 싫지도 않고 괜찮은 듯. 그런데도 어쩐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나는 아직도 용이가 조금 무섭다. 밤이 되면 걱정이 된다. 특히 오늘처럼 문을 다 열어놓고 자면 잘 수 있을 것 같은 날씨가 되면 잘 잘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안방엔 아쉬운 대로 침대에만 모기장을 쳐놨는데 아직 모기장만 쳐 놓은 채로 자보지 않아서 그것도 불안하다. 용이가 물어뜯어서 찢고 들어오면 어쩌지? 하는 생각. 밖에서 울어대면 어쩌지? 하는 불안.


문을 닫고 잘 땐 문을 긁으면서 열라고 울어댔다. 그러다 내가 나오면 조용해졌다. 사람을 좋아하는 고양이다. 용이는 그저 내가 옆에 있길 바라는 마음인데, 나 혼자 고양이에 대한 두려움을 자꾸 만들어내고 용이에 대한 벽을 치는 느낌이다. 방묘문이 그 상징인 듯.


언제쯤 나는 그 방묘문을 뜯어낼 수 있을까? 용이가 자유롭게 방 안을 돌아다녀도 불안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 마음이 편하게 되도록 나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용이가 내게 옴으로써 나는 큰 숙제를 하나 안고 있는 느낌이다. 용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나는 한층 더 성숙해져 있을까?


방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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