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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Sep 19. 2020

뮬란 같은 여자, 홍휘 같은 남자

매일글쓰기 D-19 with conceptzine

남녀 불평등, 남녀 차별 등의 말들은 남의 말인 줄 알고 지냈었다. 남자의 일이라는 기계공학과를 다니면서도 차별을 별로 경험하지 못했고, 차별받는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은 능력이 부족해서 일 거라는 우스운 자만도 가졌었다.


그러다 두 번째로 발령받은 일터에서 직접 차별을 경험했다. 여자라서 차를 타야 하고, 여자라서 수박을 잘라야 하고, 여자라서 안된다는 일들. 그때 겪은 일들을 잊을 수 없고, 불공평하게 받는 차별이 해소되기 전까진 잊어서도 안된다 생각했다.


남녀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개선되고 있다지만, <82년생 김지영> 같은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뜨거워지고 화가 나는 건 아직도 전반에 깔려있는 불평등이 더 크기 때문일 거다.




<뮬란>이란 영화가 애니메이션으로 나왔을 땐 보지 못했었다. 그러다 오늘 우연히 개봉한 <뮬란>을 보게 됐는데, 조금 엉성한 전개에도 여자가 갈 수 없는 자리에 뮬란이 가서, 여성임을 당당히 밝히고 승리로 이끄는 모습에 가슴이 뻥 뚫렸다. 내가 재미있다고 말한 건 단지 그 사실 하나뿐이었다.


여자라서 자신의 재능을 숨겨야 했던 뮬란이, 자신을 찾고 여성으로 당당히 큰 일을 해내는 모습.


내가 원하는 건 여성이 우위를 차지하고 예전의 여성의 지위로 남성을 끌어내리고자 하는 게 아니다. 나는, 성별을 떠나서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고 있을 뿐이다. 현실을 직시했으니 나는 그런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스스로 고민을 하고 실천할 수 있는 걸 찾고 있는 중이다.


남자로 위장했을 때의 뮬란을 믿었다면 여자임을 밝힌 뮬란도 믿어야 한다는, 영화에 나왔던 홍휘라는 동료 같은 남자들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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