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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Sep 20. 2020

걸으면서 생각하다

매일글쓰기 D-20 with conceptzine

하늘은 높고 푸르고 공기는 쾌청한 전형적인 가을 날씨였다. 동생네와 함께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가을을 만끽했다. 엄마 집 근처라 엄마 아빠도 잠시 들러 저녁 먹으라고 돈을 주고 가셨다. 그 돈으로 저녁까지 먹고 헤어졌다.


그런데 그렇게 함께한 하루 동안 동생의 몇 가지 말과 태도가 마음에 탁 하고 걸렸다.

안 되겠단 생각이 들어 아이들을 집에 데려다 놓고 잠시 밖으로 나와 걸었다. 저녁으로 먹은 음식으로 속도 더부룩하고 머릿속도 개운하지 못해 찬바람이라도 쐬고 싶었다.





시댁에서 함께 산 5년으로 인해 신랑과 나는 우리 둘만의 가정을 함께 꾸려나가는 일에 같은 해에 결혼한 동생네보다 5년이 늦어졌다. 서로를 맞추는 일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계속 일해왔던 나는 아이를 키우는 일에도 동생보다 서툴렀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동생을 많이 의지했었다. 하소연부터 집안일에 대한 상의까지, 신랑보다는 동생에게 더 의지하는 관계 기형을 만들어 갔다.


하지만 분가를 하고 육아휴직도 하며 이제 조금 우리만의 가정이 만들어지니 동생의 간섭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내  마음을 상하게 한 몇 가지 말들과 태도도 그 연장선이었다.


예전엔 동생이 개입해줘서 좀 편했다. 나에겐 징징대던 아이들도 내가 없을 때 자신들을 실제로 돌봐주는 이모의 말은 잘 들었으니까. 그땐 그랬던 것들이 이젠 부당한 개입으로 느껴졌다.


나는 동생네 집의 일에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는데 동생은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툴툴거리며 걷는데, 그동안 내가 동생에게 의지한 결과였다는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내가 했던 말들의 답을 동생은 주고자 했던 거다.


동생에게 그런 말들을 안 들으려면,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스스로 해결하면 된다. 많은 상황들이 변했고, 이젠 나만 변하면 된다는 걸 스쳐가는 바람이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만 징징대고

주체적인 삶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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