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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Sep 23. 2020

반가운 소리 '당근♪'

매일글쓰기 D-23  with conceptzine

중고로 필요한 물건을 산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었다. 물품을 사고팔 때의 과정이 번거로웠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사기에 대한 두려움도 한 몫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새로 사고, 필요 없는 물건인데 버리기 아까운 건 아름다운 가게에 보내곤 했었다.


그러던 차, 당근마켓을 알게 되었다. 지역 간의 거래에다 이용하기도 간편해서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역시 새로운 플랫폼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타입이라 어플만 깔아 두고 한참을 보냈다. 그러다 무료 나눔부터 한번 올려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시트 하나가 필요 없게 되어 깔끔히 닦고 세탁해둔 참이었다. 세탁을 해도 시트에 얼룩이 남아 팔지는 못하고 무료로 올렸는데 올리자마자 금방 연락이 왔다. 처음 연락 온 분께 드림을 했는데, 이거 영 기분이 탐탁잖다. 그 탐탁잖음이 어떤 이유인지 몰라 당근마켓은 또 한참을 방치됐다.


그러다 최근 묶음으로 사두었지만 쓰지 않는 샴푸를 발견하곤 이제 정식 판매로 한번 올려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제법 싼 가격에 올려놓으니 금방 연락이 왔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첫 거래를 마쳤다. 내가 책정한 가격은 600ml 샴푸 두 개에 3000원. 이 금액 받자고 이것저것 신경 쓴 시간이 조금 아깝단 생각이 들었지만, 이런 행위가 마중물 역할을 해서 내가 자유롭게 당근마켓을 이용하게 될 테니 허비한 시간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샴푸를 사간 손님은 3000원을 흰 봉투에 넣어 주셨다. 그 돈을 받는데 3000원이 그냥 3000원이 아닌 게 되어 버리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단지 흰 봉투에 넣었을 뿐인데, 어떻게 그게 돈의 가치까지 변화시키지?

첫거래에 받은 3000원이 든 봉투

지금 그 3000원은 그 봉투에 그대로 담겨서 보관되어 있다. 당근마켓에서 판매한 금액은 그 봉투에 모아볼 생각이다.


내게 필요 없는 물건을 필요한 사람에게 싼 가격에 드릴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환경에도 보탬이 될 수 있는 중고거래 장터. 정말 좋은 것 같다.


이제 또 어떤 물건을 한번 올려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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