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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Sep 22. 2020

반짝반짝 운동길

매일글쓰기 D-22 with conceptzine

얼마 전부터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 밤에 나가서 걷기 시작했는데 아직은 어떤 경로로 걸으면 좋을지 이 곳 저곳을 다니며 탐색 중이다. 걸음걸이를 조절할 수 있게 사람이 많지 않을 것. 하지만 사람이 너무 없으면 무서우니 적당하게 있을 것. 신호가 없을 것. 이 정도를 최적의 조건이라 생각하고 집 바로 옆 하천 둘레를 돌기 시작했는데 한 곳만 걸으리 점점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니 많이 걸은 것 같은데 시간은 얼마 흐르지 않은.


그래서 슬쩍 발걸음을 돌렸다. 집 주변엔 상가들이 꽤 있는데, 그쪽으로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얼마 전에 저녁을 먹지 않고 나갔다가 음식들의 유혹에 힘들었던 기억도 있고, 사람들도 꽤 다니기 때문에 제외시켰던 코스인데,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그쪽을 향했다.





어릴 적 나는 시골에 살았다. 면소재지라 농협, 우체국, 면사무소, 초등학교, 파출소 등은 있었지만, 딱 그것뿐이었다. 밤이 되면 조용해지는 동네. 그러다 부모님을 따라 시내라도 나가면 도시의 그 반짝임이 너무나 좋았다. 그 반짝임만으로 내 마음은 한 껏 부풀어 올랐다.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



음식점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 가까워오자 불빛들이 아롱아롱 빛났다. 그 불빛을 보니 어릴 때 내가 좋아했던 도시의 네온사인이 생각났다. 아, 그래 나는 이런 길을 좋아했어! 하는 생각. 어쩐지 걸음이 더 힘 차 지는 것 같았다.


'화려한 불빛' =넛지, 이것도 운동을 확실하게 이끄는 넛지라면 넛지일 수 있지 않을까?

귀에서 들려오는 넛지, 책 강독을 들으며 생각했다.


이왕 걷는 거 이렇게 행복하게 걷자! 조금 보폭이 줄어드는 구간이 나오더라도, 나 그 길을 걸아서 행복하니. 그 정도는 감수할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렇게 생각하니 벌써 내일 운동 나갈 일이 기대되는데?



지금은 이런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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