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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Oct 05. 2020

아이들과 함께 쓸 수첩을 마련하다.

매일글쓰기 D- 35  with conceptzine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고, 아이들의 학습이 조금 걱정되기 시작했다. 학교에 다닐 땐 학교 수업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 더 이상 공부시키지 말자, 하던 부모였다. 아직은 노는 게 더 중요하다 생각하므로.


하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 학교 가고 다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가 되니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화면으로 보고 하는 공부가 제대로 될 리 없었다. 화면은 떠들고 있는데 아이는 딴짓을 하고 있기 일수였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엄마랑 같이 공부하자~, 공부하는 게 어때?, 하고 물었다. 하지만 알았다고 대답하고는 잘 실행이 안됐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서 나와하고 싶은 공부를 묻고는 종이에 적었다. 첫째는 영어, 둘째는 수학이었다. 학교에 가는 날은 나와 1시간 공부를 하고 온라인 학습을 하는 날은 책을 읽고 간단한 독후활동을 하기로 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보상은 염두에 두지 않았었다. 모자라는 공부를 보충하자는 의미로 아이들에게 얘길 했었고 거기에 동의했으므로. 대신 이행하지 않을 경우 아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걸 제시했다. '게임시간 1시간 삭제.'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므로 이것도 동의했다.(첫째는 나와 계속 영어를 공부하고 싶어 했고, 둘째는 수학이 잘하고 싶다는 말을 했었다. 그에 대한 대책으로 제시한 것이라 다른 보상이 없어도 이런 협상이 타결될 수 있었다.)


이렇게 정하고 난 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날 했던 걸 기록하는 노트를 하나 만들어 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한 것을 눈으로 보면 뿌듯함을 느낄 테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동기로도 작용할 테니까.


오늘 혼자 문방구에 가서 노트를 샀다. 구겨지지 않아야 하고, 아이들이 생각하기에 좀 고급스러운 감이 있는 걸 선택하고 싶었다. (그래야 뭔가 더 의미가 생길 것 같았다.) 그래서 양장으로 된 커버에 도트가 찍혀 있는 선이 없는 노트를 선택했다. 무선이면 자유롭게 쓸 수는 있어도 글을 쓸 때 너무 기준점이 없어 비뚤어지기 쉬운데, 도트가 있으니 여러모로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것까지 해서 3권을 샀다.


표지가 무늬가 없어 가지고 있는 스티커로 내 수첩을 먼저 꾸몄다. 아이들이 오고, 산 수첩을 보여주고 나서, 꾸민 내 수첩을 보여주니 자기들도 꾸미고 싶단다. 그래서 준비해 놓은 스티커를 꺼냈다. 신이 나서 자신만의 수첩을 만들었다.


그리고 오늘 첫 수업. 다행히 아이들은 별 거부감 없이 잘 따라와 주었고, 수업에 오늘 한 내용을 정리하고 느낌까지 적었다.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이대로 쭉, 아이들과의 시간을 수첩에 기록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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