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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Oct 06. 2020

고민은 아이엔지

매일글쓰기 D-36  witn conceptzine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휴직 중이다. 둘째의 육아를 핑계로. 그것도 내년이면 끝이 난다. '나를 찾는 시간'이라 명명하고 결심한 휴직이었지만 코로나로 아이들과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니 나를 찾기는커녕 아이들한테 파묻혀 파김치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이대로 포기할 순 없지. 우리 집 재정상 무리인 줄은 알지만 내년 1년을 더 쉬기로 마음먹었다. 둘째가 2학년 올라가는 해라, 육아휴직도 마지막이다. 일을 다시 나가면 피곤에 찌들어 제대로 생각하기가 어려울 테니 내 생애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나를 찾는 기간에 유예 시간을 더 주려는 거다. 그 기간 내 정말 내게 맞는 일을 찾는다면 공무원을 그만 둘 작정이다.


누군가는 왜 보장된 직업인 공무원을 계속 그만두려고 하냐고 묻는다. 글쎄.. 1차적인 원인은 공무원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내 마음이 떠남을 전제로 하고 시작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결과 원래의 꿈이 희미해졌는데도 떠나야 한다, 내 자리가 아니다, 라는 의식만은 또렷이 남아있다.


대체로 순종적인 사람이고 안정적인걸 추구하는 사람이라  기질이 공무원과 잘 맞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정작 내 자신은 그 조직 안에서 갑갑함을 느꼈고 내 일이 아니라는 느낌을 많이 가졌었다. 그게 처음부터 여긴 내 자리가 아니다, 라는 생각 때문인지, 정말 내 자리가 아닌 건지 확실한 판단이 서지 않아 육아휴직을 핑계로 모든 걸 원점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려는 것이고.


처음 휴직을 했을 때는 공무원으로 남는다, 보다 새로운 일을 찾는데에 더 방점을 두고 열정을 다했다. 하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1년이 지나가버리니 공무원으로 남는다, 로 점이 점점 옮겨간다. 다시 가면 즐겁게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 든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현직 공무원이 쓴 책을 발견해서 빌려왔다. 공무원의 세계를 이렇게 까발려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던 책이었다. 그런데 찾아보니 유튜브에도 공무원을 그만둔 사람, 아니면 아직도 현직에 있는 사람이 공무원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 많았다. 세상이 달라졌다는 걸 또 한 번 느꼈다. 그리고 그 날 또 무언가에 얽매여 힘들어하는 꿈을 꿨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고민은 아이엔지다. 내가 원하는 일을 찾든, 다시 공무원으로 돌아가든, 육아휴직이 끝난 시점엔 내 일이다 생각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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