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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Mar 02. 2021

오후 3시의 글쓰기

매일글쓰기 프로젝트

오랜만에 파란 하늘이다. 햇빛이다. 건조기가 윙윙 돌아가고 있다. 2학년 첫 등교한 아이는 내 앞에서 영상을 보고 있다. 3월 첫날을 공지영의 '해리'에 빠져 있던 나는 오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도 꼼짝 않고 이불속에 누워서 마저 읽었다. 이번 공지영의 '해리'에는 드라마를 보면 빠져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게 뭔지 생각정리가 제대로 안되지만 말이다.


해가 뜨니 무기력함이 조금 줄어든 듯. 요 며칠(아니 꽤 됐나?) 무기력함에 몸을 움직이지 못하던 나 자신. 그래도 잘한 게 하나 있다면 그 시간에 드라마를 보지 않고 책을 본 것. 책 읽는 속도가 느린 내가 3일에 3권의 책을 해 웠다. 이제 움직여야 하는데, 햇빛 때문에 조금 덜어진 무력감은 사실 별로 티도 안 날 만큼 나는 아주 깊은 구덩이 속에 있는 기분이다.


휴직하기 전처럼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머리를 감아볼까?, 생각했는데 한 번도 실천을 못했다. 중간에 끼어든 게으름의 말에 깜빡 넘어가버린다. 내 의지는 전혀 작동을 하지 않는 것 같다.


꿈같은 휴직 기간을 잘 지내고 싶었다.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많은 것들을 쓱쓱 해내는 멋진 내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 '잘 지내고 싶다'는 문장에 묶여 하루 종일 빈둥댄다. '루틴'이라는 말을 좋아하지만 실천하지 않는 하루하루가 빠른 속도로 흘러가고 있다.


이제 그만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싶다. 매일 쓰는 이 글로 나는 그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오후 3시다. 오후 3시의 글쓰기. 나를 좋은 곳으로 데려가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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