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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Mar 03. 2021

몸을 움직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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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매일 등교가 시작되었다. 둘째는 8시 50분까지, 첫째는 10시 20분까지 시차를 둔 등교. 이제 2학년 올라간 둘째는 1학년 때 거의 등교를 안 해 아직 내가 데려다준다. 8시 30분, 아이를 데려다주고 오는 것으로 나의 몸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이의 학교 앞에는 카페가 몇 개 있는데, 아침에 데려다줄 때마다 그곳을 지나치기가 힘들었다. 매번 갈등하다, 그 갈등에도 에너지(=의지력)를 소모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깨달음 뒤로는 그곳을 그냥 지나치기로 다짐했으나, 오랜만에 아이의 등교에 다시 습관처럼 그곳을 바라보는 나를 깨달았다. 카페라테를 한잔 샀다. 내 오전의 원동력이 될 터였다.


확실히 아침부터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니 침대에 가서 눕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그동안의 무기력은 아이들이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집에만 있는 데다, 나만의 확실한 루틴이 없는데서 유래한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루틴. 의지박약인 나에게는 내가 원하는 루틴을 만들기가 정말 어렵다. 무의식적으로 행해 오는 일들 중의 하나에 약간의 균열을 내는 것. 조금씩 그 틈을 더 벌여 마침내 내가 원하는 습관을 집어넣는 것. 이게 안 되는 이유는 아직도 조금씩, 의 위력을 내가 정확히 알고 있지 않아서다.


마음은 조금씩. 더 나아지고 싶다. 하지만 욕심 많은 머리는 한꺼번에 많이 뒤엎고 싶다. 약한 자아는 이 괴리를 아직도 중재하지 못하고 있다.



집에 와서 큰아이의 먹거리를 챙기고 신문을 펼쳤다. 경제신문을 읽은 지 8개월 정도 되는데도 아직도 나는 이 신문을 어느 지점에서 더 확실히 읽어야 할지 모른다. 관련 책을 샀지만 읽다만 채 그대로 두었다. 오늘은 그걸 마무리 짓자며 계획해 놓았다. 이 글을 쓰고 난 다음에 할 일이다.


경제 신문을 읽고 오늘분의 영어를 학습하고 냉장고 지도를 그렸다. 몸을 움직이다 보니, 저절로 된 것. 냉장고에 뭐가 들어 있는지 적고 이번 주의 저녁 메뉴를 적어 넣었다. 그리고 자꾸 미루기만 하던 책을 당근 마켓에 올렸다. 당근 마켓에 올릴 거라고 정리해둔지 몇 달이 된 듯. 바로 거래가 안되더라도 일단 올려놓기로 했다. 팔리면 좋고 아니면 나눔 하는 걸로.


몸을 움직이니 정신이 맑아진다.

이제 뭐라도 먹어야겠다.


오늘의 잘한일=냉장고 지도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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