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토마스 앤더슨 1.
[그저 영화를 좋아하고 많이 보는 보통 사람의 시각으로 이야기합니다. 주관적이고 개인적입니다.]
이 영화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괴팍하다'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괴팍한 남자가 괴팍한 상황에서 괴팍하게 사랑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심지어 영상과 편집, 음악까지도. 하지만 이 괴팍한 일들이 가득한 영화를 끝까지 보게 되면 괜스레 미소가 지어지게 됩니다.
어딘가 모르게 나사가 하나 풀린 듯 보이는 주인공 '배리 이건'.
그는 7명의 여자 형제에 둘러싸여 자랐습니다. 드센 여자 형제들 틈에서 자란 탓인지 정서적으로 항상 불안하죠.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분을 못 이겨 물건들을 부수기도 하죠.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서투른 이건에게 제대로 된 연애는 사치인지도 모릅니다.
괴팍해 보이는 그가 빠져있는 일은 비행기 마일리지 쿠폰을 위해 먹지도 않는 푸딩을 사모으는 일입니다.
어느 날은 외로움과 불안함에 못 이겨 음란전화업체에 전화를 걸기도 하죠. (그리고 이 일이 나중에 그의 사랑을 확인시켜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런 그에게 사랑이 찾아옵니다. 상대는 동생의 직장 동료 '레나 레나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레나는 이건에게 호감을 느낍니다. 괴팍한 그의 행동들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죠. 이런 레나에게 이건 역시 사랑의 감정을 느끼죠.
하지만 누군가와 관계 맺는 것이 서툰 이건, 사랑이 예외일 수는 없죠. 서툴고 투박하고 이상하지만, 그는 나름대로 레나에게 자신의 사랑을 표현합니다.
이상한 핑계를 둘러대고 그녀와 약속을 잡고, 어색한 방법으로 그녀가 있는 하와이로 날아갑니다. 이상해 보이지만 순수하고 로맨틱한 구석이 있습니다.
영화는 항상 우울하고 불안해하는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정신없는 편집과 함께 음악은 이건의 심리상태를 관객으로 하여금 '체험'하게 해주는 중요한 도구로 사용됩니다.
시종일관 들려오는 난해한, 심지어 짜증을 유발하는 신경질적인 음악은 이건의 평소 심리 상태를 말해줍니다. 그리고 관객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이건의 상태를 체험하게 해주죠.
그런데 신경질적인 음악이 멈추고 감미로운 선율이 흘러나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건이 레나와 함께 교감하고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들입니다. 이 순간들만큼은 감미롭고 달콤한 음악이 흐릅니다.
낡은 풍금과 푸딩 얘기를 빼놓을 수도 없겠죠.
영화 도입부에서 레나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길거리에 버려진 풍금을 주워다가 사무실로 옮기는 이건의 모습에서 좋아하는 누군가가 무심코 던졌던 한마디에 수많은 의미를 부여하던 우리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먹지도 않는 푸딩을 비행기 마일리지 때문에 힘겹게 모으고 그 마일리지를 레나와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하는 이건. 서툴게 처음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스쳐 지나갑니다.
이건과 레나. 두 사람 모두 정상적이라고 보긴 힘듭니다. 특히 이건의 경우는 괴팍스럽기까지 하죠.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 정상적이고 이성적으로 행동하게 되는지를. 이건과 레나가 그렇듯 사랑에 빠진 모든 사람은 '비정상적'일 수밖에 없지 않나요?
영화 속 이건을 시종일관 괴롭히는 음란전화업체 일당들. 계속된 괴롭힘에 당하고만 있었지만 레나가 위험에 처할 뻔 하자 이건은 용기 내 업체 일당을 응징합니다. 그리고 외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