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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 diary Jun 14. 2016

영화. 브루클린.

선택의 순간들



이 영화를 통해 난 나를 보았다 — 에일리스의 눈물과 웃음에 어떤 설명 없이도 격하게 공감했고, 그녀의 마지막 선택을 통해 나의 마음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개인적으로 에일리스와 비슷한 미국 정착과정을 겪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20대 초중반부터 이 곳 뉴욕에서 내 스스로 살아나가야 했던 - 잠시 잊고지낸 그 날들의 기억을 모조리 불러온 영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에일리스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아일랜드에서 미국 뉴욕으로 이주하게 된다. 가족을 떠나야 했고, 정든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해야 했다. 가족과 작별인사를 한 그 순간부터 혼자다. 그렁그렁한 눈물을 지으며 감정에 휘둘리기엔 혼자서 해쳐나가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나 혼자 결정해야 하고, 그 누구도 가족과 오랜 친구들처럼 상냥하지는 않다. 처음 마주한 뉴욕은 낯설고, 무섭고, 외롭다. 일터는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고 있는 것 같고, 집이라고 불리는 조그마한 내 방은 집이라고 하기엔 내 마음이 온전히 편하지는 않다. 그냥 가족이 보고 싶을 뿐이다.


에일리스는 사람들 속에서, 경험을 통해서, 그리고 토니라는 이탈리아계 남자를 통해서, 뉴욕에서 점차 성장해 나아간다. 난 에일리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게 좋았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하고 정돈된 원피스만을 입던 아일랜드 시골 아가씨가 점차 화려한 원피스와 세련된 선글라스로 멋도 낼 줄아는 뉴욕의 도시 여성이 되어가는 것도 좋았고, 뉴욕 생활의 안정감을 통해 되찾은 생기발랄함과 자신감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좋았다. 특히 외롭고 투쟁 같던 삶에 찾아온 그녀의 잔잔한 사랑은, 이젠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 무엇보다 그녀가 뉴욕을 자신의 또 다른 '집'으로 생각할 수 있게끔 해주었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는 누구나 그렇듯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친언니의 부고로 인해 고향으로 돌아간 에일리스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되고 그로 인해 갈등한다. 단순히 또 다른 인연을 만났기 때문은 아니다. 심적으로 안정적이고 가족이 있는 고향에서의 삶, 더불어 천천히 다가오려는 새로운 사랑, 이 모든 것이 그녀를 선택의 기로에 서게 한다. 나 또한 고민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지만, 결국 삶의 기로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선택과 결정들이 나의 더 나은 삶을 위한 것들이라면, 설사 그녀가 토니가 있는 뉴욕이 아닌, 고향인 아일랜드에 남는다 해도 난 그녀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살아내고 살아가다 보니, 내가 추구하는 삶과 조금 다르게 살아가야 할 때도 있더라 — 완전히 다르지 않다면 어느 정도는 감내하고 받아들여야 두루두루 원만한 삶을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는 것 — 그 삶 안에서 만나게 되는 끊임없는 선택의 순간들 —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경험, 연륜, 지혜. — 다 살아내고 살아가다 보니 알게 되는 것들인 것 같다.  


아마 부르클린에서 그녀도 나처럼 고향을 그리며 살아갈 것이다. 영원히 돌아가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 나의 집은 내가 아직 '성장'해 가고 있는 이 곳이 아닐까.


Home isn't a place, it's a feeling

― Cecelia Ah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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