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 diary Nov 27. 2016

카모메 식당.

괜찮아 다 잘될 거야



영화가 끝나고 난 뒤 — 시나몬롤에 연한 핸드드립 커피 한잔이 마시고 싶었던 영화. 내일은 오니기리에 미소수프를 만들어 점심을 해결해 볼까 했던 영화. 다음 여행지는 핀란드여도 좋겠다고 생각이 들게 한 영화. 정갈한 일본식 가정식 백반 한상을 대접받은 듯한. 눈과 마음이 맛있었던 영화 — 카모메 식당. かもめ食堂.


언제부턴가 이 영화의 이름은 많이 들어 본 것 같은데, 여직 기회가 없어 보지 못했던 영화였다. 내가 아는 정도는 일본 영화라는 것과 긍정적인 여주인공이 나온다는 것. 마치 소개팅을 앞두고 만나게 될 사람에 대한 기대감과 상상으로 마음이 두근거리듯. 일부러 영화평론이나 줄거리등을 검색해보지 않고. 그렇게 조용한 금요일 밤에 카모메 식당과 마주하게 되었다. 


사치에상이 마음으로 지은 따뜻한 음식은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었다.



여주인공 사치에는 시종일관 차분하고 담대하다. 미도리상은 보면 볼수록 정감 가는 이상한 매력으로 나를 사로잡았고, 처음에는 이상해 보이던 손님들도 알고 보면 참 마음이 따뜻하던 우리네 동네 사람들이었다. 핀란드의 헬싱키 골목길에 자리 잡은 카모메 식당은 일식당이라기보다는 에스프레소 커피나 쿠키, 스콘 등을 팔 것 같은 북유럽식 카페의 분위기가 났다. 너무 예쁘고 아담한 식당인데 왜 손님이 없을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냈던 카모메 식당의 내 첫인상은 '예쁘다.' 


손님은 없지만. 사치에는 그릇과 테이블을 닦고 또 닦는다. 아주아주 정성스럽게. 손님들이 없어 아직 썰렁한 가게의 공기는 화면 밖으로도 전해지지만. 사치에는 미소를 잃지 않고 당당했다.

다이조부! 괜찮아, 꾸준히 하다 보면 다 잘될 거야.
만약 그래도 안된다면 그땐 별 수없는 거지 뭐.
하지만, 다 잘될 거야.


담담한 어조의 그녀의 한마디가 내 마음에 닿는다. 정성을 다한 것을 포기한다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은 일이다. 거기에 노력이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다면. 어느 누가 그것을 쉽게 접을 수 있을까. 하지만, 사치에는 알고 있는 듯 보였다. 노력은 때론 현실을 뛰어넘을 수 없을 수도 있지만, 내가 온전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했다면 아마 그 끝에는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후회는 없을 거라는 걸.




북유럽에서 혼자 살아가는 사치에는 밝다. 그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식당에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마음으로 밥을 짓고 '코피루왁!' 주문을 외우며 정성으로 커피를 내린다. 그 마음이 전달되는 것인지. 카모메 식당을 중심으로 서로는 서로에게 마음을 조금씩 열며 식당은 점차 사람들의 따뜻한 숨으로 채워지게 된다.


미도리상은 답답한 현실을 조금이라도 피하고자 눈을 감고 찍은 장소에 무작정 가기로 마음먹고 핀란드로 떠나왔다. 그런 그녀에게 핀란드 사람들은 늘 여유롭고 친절해 보이는 이미지였지만, 정작 와보니 슬프고 외로운 사람은 어느 나라에서도 존재한다는 것.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마주한다. 사치에는 그런 그녀에게


세상 어딜 가도 슬픈 것은 슬픈 것이고, 외로운 사람은 외로운 법.

이라 말해준다. 또 카모메 식당 첫 손님, 커피단골 토미가 사치에, 미도리, 마사토에게 핀란드 사람들에게 '숲'이 있다고 말한 것은. 우리 모두에게도 자기만의 숲이 각자 있을 거란 말로 이해했다. 사연하나 품고 살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누구에게나 말 못 할 크고 작은 사연 하나씩은 있게 마련이고 다들 슬픈 것은 슬픈 것데로. 외로울 때는 외로움을 마주하고 살아간다. 이 세상 어디도 걱정 없는 사람은 없을 테고 다들 자기만의 방식으로 버티며 용기 내며 살고 있을 테다.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혼자 외롭지 말아라. 다들 그렇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주는 공감의 위로와 치유가 좋았다.




단순해 보이지만 먹음직스러워 보였던 오니기리


만약 내일 세상이 끝난다면 맛있는 밥을 지어 사랑하는 사람들을 초대해 성대한 파티를 하고 싶다는 사치에 상. 만약 그 파티에 화려한 음식 없이, 단순하고 투박하지만 손으로 마음 꾹꾹 눌러 담은 오니기리만 잔뜩 있어도 마지막 파티로서 손색이 없을 거란 생각을 해본다.


카모메 식당의 따뜻한 음식과 사람들로 많은 위로를 받았다. 일상은 언제나 늘 행복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테지만. 가끔은 우울하고 슬픈 조각들도 나중에 보면 다 그곳에 있어야만 했던 한 조각 일터. 그 조각들이 모여 결국은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앞으로의 나를 만들어갈 귀한 것이라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찬찬히 하나하나 일궈나가는 삶. 가끔은 무섭고 힘들지만. 


괜찮아 다 잘될 거야.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브루클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