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일기
아주 오래전 '골든타임'이라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그때 내 마음을 울렸던 대사가 하나 있는데
"서른여덟이면 쉬웠을까? 마흔여덟이었으면 두려움이 없었을까? 좋은 타이밍이란 게 따로 있을까? 모든 운이 따라주고, 인생의 신호등이 동시에 파란불이 되는 때란 없어.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상황은 없는 거야. 만약 그게 중요한 일이고, 결국 해야 할 일이라면...'그냥 해' 앞으로도 완벽한 때란 것 없어. 지금 네가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아직'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은 크다. 그리고, '그때'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 또한 크다.
많이 산 인생은 아니지만, 자갈길, 돌담길, 예쁜 길, 비포장도로길, 지름길, 고운길, 가시밭길 등, 그 다양한 길들을 에둘러서 돌고 돌아보니, '그때' 가보지 않은 길의 삶은 이미 내 것이 아니기에 미련을 두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다만, 그 시간의 경험을 토대로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힘을 북돋아주고 동력(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을 불어넣어 주는 게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열여덟에는 미술 외 딱히 별생각이 없었던 것 같고, 스물여덟에는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알아가는 고군분투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열여덟과 스물여덟 사이에 있었던 수많은 타이밍들은 언제나 운이 좋았던 것도 아니고 동시에 파란불이 었던 적도 없었지만, 정말 저 말처럼 그 '때'에 내게 중요했던 일들을 하다 보니 어느 날 '골든타임'을 맛보기도 했다. 늘 골든타임은 아니었지만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몇몇의 선물 같은 날들은 지금도 선명하고 푸르다. 어쩌면 그 맑은 날의 기억으로 또 다른 맑음을 꿈꾸며 오늘을 살아가는 것일지도.
The best is yet to come!
지금 나는 변화를 꿈꾸고 있다. 작은 변화도 좋고 큰 변화이어도 좋을 것 같다. 언제부턴가 조금씩 꿈만 꾸던 것들을 이제는 정말 실행해야 하는 '때'가 온 것 같아 마음이 자꾸 분주해진다. 스스로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다독이는데도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콩콩거린다. 콩콩거리는 이유는 정말 오래간만에 원하고 바라는 것이 생긴 탓일까. 내가 생각처럼 잘 해내고 또 그 일련의 과정들을 잘 넘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부쩍 두려움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완벽한 타이밍과 상황은 없다지만, 내가 만들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난 자꾸만 지금이 그 '때'인 것만 같다. 어쩌면 내 인생의 진짜 골든타임은 아직도 저기 어디쯤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을 테니, 적당한 두려움과 무한한 자신감을 동시에 장착하여, 다시 한번 더 찬찬히 걸어나가 보자.
2017. 2.14. 날이 맑은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