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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 diary Sep 02. 2016

결국 가족.

하루일기



나:   "내 인생에 길라잡이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어!"

찬:   "그런 게 없어서 사람들이 종교에 매달리죠."


그런가. 냉담 중인 성당이라도 다시 열심히 다녀야 하는 걸까. 나 필요할 때만 찾아가 기도로 호소하는 무늬만 종교인인 나를 하나님은 달가워해 줄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팔 벌려 품어주신다 하시겠지.


해결되지 않는 고민을 한 달 전부터 하다 하다가. 결국 결정을 해버렸다.

내 스스로는 못할 것 같아서. 비행기표를 확 끊어놓고. 또 반복되는 고민을 하다. 그냥 매니저에게 한 달간 한국에 다녀오고 싶다고 말해버렸다. 긴 시간 자리 비우는 걸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역시 안된다고 하지 않는다. HR에도 말하고, 내 영주권을 담당해주는 변호사에게도 말했다. 근데 말하고 나서도 계속 고민했다 ---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 갈까 말까 할 때에는 가라던데. 정말 가도 괜찮을 걸까. 사실 한국으로의 출국을 이틀 남겨놓은 이 상황에서도 속으로는 '이게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고민했던 일은 영주권 관련하여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가장 최악의 경우를 염두한 걱정이었다. 동생의 표현을 빌리자면, 오퍼를 거의 받기는 했는데, 정식 서면이 아닌 구두 오퍼만 준 상태라 아직 장담할 수 없는 것. 가히 적절한 표현이다. 


처음부터 내게 선택권이 없었다면 그런가 보다 할 텐데, 내 손으로 내 백업용 체류신분을 포기하면서까지 한국행을 감행하느냐 마느냐는, 나에겐 꽤 어려운 고민이었다.  하지만 결국 가족으로 끝맺음이 났다  --- 가족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고 나를 필요할 때, 그 곁에서 아픔과 고민을 함께 나누는 것도 나의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영주권 승인은 한없이 비관적으로 보자면 비관적으로 밖에 생각이 안 들고. 낙관적으로 바라보니 내가 승인이 안되고 안될 이유가 전혀 없으니 그냥 맘 편히 한국에 다녀오면 되는 것으로 끝맺음 내었다.  비자 문제는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경우의 수를 염두하며, 10년을 살아왔던 나라서 이번 결정이 사실 거의 도박 같은 느낌도 들지만.  그래도 오히려 이렇게 일이 벌어지고(?) 나니 마음이 어쩐지 한결 무거우면서도 편안해짐을 느낀다. 


다 잘될 것 같다. 그렇게 믿어야만 한다. 지금은.



2016. 9. 1. 아침 비가 내린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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