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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케이 Apr 24. 2020

옷 못 입어도 괜찮아요

꾸안꾸 또는 놈코어 룩이라 합니다

 지난 글에 학창 시절 옷 잘 입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매일 아침 찰나의 순간에 고민을 한다. '오늘 뭐 입지?' 이게 참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대충 잘못 입고 나가면 하루 종일 신경 쓰인다. 출근하는데 대충 입을 순 없고, 너무 멋 부리기도 그렇고, 고민에 빠지는 바람에 지각을 하거나 아슬아슬하게 출근하는 경우가 있다.

 오래된 광고 카피 중에 이런 카피가 있다 '아 내일 뭐 입지!'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고민한다는 이야기라 볼 수 있는데, 매일 바쁜 출근시간에 뭘 입어야 할지 고민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잘 챙겨 입기 어렵다. 그럼에도 잘 챙겨 입고 출근을 한다면 +@가 된다. 회사에서는 스타일 좋은 사람들을 본인도 모르게 '베스트 드레서'의 타이틀을 선정하기도 하고, 반대인 '워스트드레서'를 선정하기도 한다.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Steve_Jobs_at_Apple_iPad_Event.jpg

 지금은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의 트레이드 마크하면 떠오르는 게 잡스 룩이다. 무테안경, 블랙 터틀넥, 리바이스 청바지, 뉴발란스 운동화. 모든 중요한 행사에서 이 스타일을 12년 동안 고수하여, 실리콘밸리의 '워스트 드레서'라는 별명이 있다. 듣기 좋은 별명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하나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이유에 있어 전략적으로 입었다는 이야기가 있고,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중요한 건 '워스트드레서' 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스타일 코드인 '잡스 룩'과 '놈코어 룩' 이 만들어졌다.

 놈코어 룩은 요즘 많이 언급되는 '꾸안꾸' 랑 비슷하다고 보면 되는데, 타인의 시선과 유행보다는, 취향과 주관이 중요하고, 기능적인, 편안함을 추구하는 네추럴한 스타일이다.

 옷은 꼭 잘 입을 필요도, 스타일리시하게 입을 필요도 없다. 다만, 본인만의 스타일이 있다면 +@가 되는 건 사실이다. 타인의 시선, 유행은 중요하지 않다. 잘 입든, 못 입든 본인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게 중요하고, 스스로 스타일을 완성하는 과정에 있어, 취향을 찾을 수 있고, 내면을 돌아보고 나의 욕망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조금 더 나를 알고, 외면보단 내면을 중요시한다면, 나의 가치와 자존감은 올라간다.

 옷을 잘 입는 기준 따위는 없다. 기준이 없으니 정답도 없다. 똑같은 옷을 입어도 다른 게 스타일이고, 옷 잘 입는다고 증명서를 주는 것도 아니다. 본인 만족이 더 큰 영역이라, 잘 입고, 못 입고의 기준 역시 본인이 정한다. 나를 좋게 봐주면 고마운 거고, 좋게 봐주지 않는다고 아쉬울 건 없다. 중요한 건 내면의 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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