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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성 베로 Aug 31. 2023

노래방에서 1년, 어느 워크맨 이야기


나는 관객의 이야기를 즉흥연극으로 보여주는 일을 한다. 외로움, 밤에 꾼 꿈이나 마음에 품은 꿈, 돈, 여성으로 사는 것, 청춘의 노래, 어린 시절  등의 주제로 관객들을 만났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즉흥연극을 한다는 건 대화의 연장선이다. 공연은 불완전한 대화가 되기도 한다. 공연을 마치고 나면 다하지 못한 대화가 마음에 남는다. 그 이야기를 글로 조금씩 풀어보려한다.


#노래방에서 1년을 일한 고등학교 3학년, 어느 워크맨의 이야기


여자들이 들어가는 노래방에서 1년 간 일했다. 돈을 못 갚아서 일하게 되었다.  아버지 같은 나이대 손님들이 와서 진상 짓을 하면 그걸 해결하는 일을 했다. 사람같이 살지 못하는 것 같아서 일하기 싫었다. 워크맨은 별 다른 말을 더하지 않았다. 일하면서 그래도 좋았던 건 노래방 누나들이 잘 해줘서라고 한다.


공연이 시작된다. 어찌 저찌 나는 노래방에서 일하게된 워크맨이 되고 노래방에서 일하는 일상이 장면으로 벌어진다. 동료 악사가 만취상태로 누나를 찾는 진상 손님이 되어 무대에 나타난다. 힘으로 진상 손님을 제압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사회 생활을 너무나 잘 아는 듯 진상 손님의 비위를 잘 맞춘다. 폭력을 쓰지 않고 실제 잘 구슬려 본 사람만이 이 연기를 잘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그 연기를 하면서 친다. 능구렁이. 진상 손님은 그렇게 마음이 누그러져 다음에 오겠다하고 나간다.

같이 일하는 누나가 힘들어하는 장면이 동료 배우에 의해 만들어졌다. '누나가 잘못한 거 아니잖아요. 누나는 일을 한 거잖아요.'라고 워크맨이 된 나는 말했다.


공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유튜브를 봤다. 한 영상에서 '인생이 꼭 행복해야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는 쇼펜하우어의 말이 나왔다. 바로 워크맨이 생각났다. 세상의 빈부격차와 불평등이 만해야 쇼펜하우어 말처럼 인생이 왜 행복해야한다고 생각하냐라는 말을 하지.

워크맨에 인생은 고생하면서 사는 거야라고 말할 수도 그렇게 말하고 싶지도 않다. 공연이 끝나고 워크맨은 공연을 마친 강당을 나서며 나에게 '좋았다, 재밌었다'며  손을 힘차게 잡았다. 워크맨과 하이파이브 같은 손인사를 하고 그의 뒷모습에 "워크맨, 행..행복~~"이라고 싱거운 작별 인사를 혼자 중얼거렸다. 이제 생각해보니 행복도 빌어주기 어려웠나? 글쎄 주접 같아 워크맨에게 더 말을 걸지 않은 말이 있었다. 내게도 그 날들이 있었어서 내 경험을 떠올리며 극중 노래방 진상손님을 자존심 내려놓고 (힘은 아끼고) 구슬릴 수 있었다고. 사람답게 살지 못하던 그 날들 뒤에 난 누구든 조금 더 사람답게 대할 줄 알게 된 걸까. 나로서 살아갈 방도는 찾은 것 같다고.


벌써 여러 일들을 겪고 그 다음을 살아가워크맨, 우린 해내면서 살아내고 있나봐. 반가웠어.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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