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모빌리티 #로보틱스 #희미해지는 산업 간 경계
배경사진 출처 : 현대자동차그룹 홈페이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 발표회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회장은 로봇 개 '스팟(Spot)'과 함께 등장한다. ‘자동차 회사’의 수장이 바퀴 달린 자동차 대신 4족 보행하는 노란색 인공지능 로봇의 안내를 받으며 무대에 오르는 모습은 국내 로봇 산업의 역사적인 한 장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자동차는 2019년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이라고 선언하며 업계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현대자동차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인류의 더 나은 삶과 이동을 실현하겠다는 큰 목표가 세워졌다.
로보틱스를 기반으로 하며 스틱으로 조종 가능한 퍼스널 모빌리티, 이를 연결하는 마더 모빌리티를 비롯해 인간의 운동을 돕는 웨어러블 모빌리티, 인간의 발이 닿지 않는 곳을 가상현실로 연결해 주는 메타 모빌리티까지. ‘연결’이라는 개념 아래에서 다양한 사업들이 기획되고 있다. 이들이 향하는 업계의 방향을 기존 ‘자동차 제조업’의 틀 안에 끼워 넣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을 것이다.
개인에 최적화된 이동수단과 로봇들은 기존에 개인이 가졌던 이동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돕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슬로건 Expanding Human Reach(이동 경험의 영역을 확장하다)와 같은 방향의 변화라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착용 가능한 로봇, 웨어러블 모빌리티이다.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착용 로봇 벡스(VEX)는 장시간 위를 바라보며 팔을 들어 올리고 작업(상향 작업, Overhead Task) 해야 하는 근로자들의 근력을 보호해 주는 조끼 형태의 웨어러블 로봇이다. 작업자들이 팔을 들어 올리면 최대 60kg의 힘을 더해 주어서 근로자들의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고 생산 효율을 높이는 데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몸이 불편한 고령자나 장애인의 하반신 움직임을 돕는 웨어러블 로봇 H-MEX도 있다. 하반신 마비를 가진 장애인 양궁 국가대표 박준범 선수는 현대자동차 크리에이티브웍스의 다큐 광고에서 이 H-MEX를 입고 일어나 비장애인 선수와 대등하게 경기를 치렀다.
현대자동차의 예시처럼, 단순한 물리적 이동성 향상만으로도 인간은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여기서, 현대자동차는 ‘메타모빌리티(Metamobility)’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한 차원 더 나아간 ‘이동’과 ‘연결’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메타모빌리티는 로보틱스와 메타버스가 합쳐진 개념이다.
‘달’에 가서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가정해 보자. 메타버스 공간에 접속하면 눈앞에 우주의 전경이 펼쳐진다. 실제로 달에 있는 ‘로봇’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달’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영상정보를 수집하고, 우리는 ‘메타버스’를 통해 ‘달’이라는 먼 공간과 연결된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이를 두고 ‘인간의 궁극적인 이동의 자유를 실현’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 생각해 보기
_CES 2022로 보는 산업의 미래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onsumer Electronics Show, CES)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술 행사 중 하나이다. 이 행사에서는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미래 기술과 사회 변화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엿볼 수 있는데, 현대자동차도 여기서 다양한 기술과 비전을 드러낸 기업들 중 하나였다.
모 언론사는 2022년 CES 행사를 두고, ‘자동차를 전시한 삼성전자와 자동차를 내놓지 않은 현대차’라고 표현하였다. 말 그대로였다. 삼성전자는 스마트 디바이스와 차량 내부 카메라를 연결하여 운전자 상태를 감지하는 등 ‘미래차 체험’ 공간을 선보였고, 현대차 부스에서는 AI가 탑재된 로봇 개 ‘스팟’이 방탄소년단 노래에 맞춰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물론, 이와 같은 현상은 다른 기업 부스에서도 나타나고 있었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산업 구조’의 변화이다. 현대자동차는 로보틱스를 기반으로 자동차가 아닌 ‘모빌리티’의 개념을 다시 정립하였고, 삼성전자는 스마트 디바이스의 영역을 자동차 분야에까지 연결하였다. 이처럼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가 생활에서 만나는 사물들은 서로 그 기능을 공유하게 될 것이다. 종국에 업종 간의 경계가 무의미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