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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 #2] 매일 새로운 마트에서 장 보기

개강 전, 내 방을 사람 살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한 쇼핑들

by 안진
2월 9일 목요일


겐트에서의 둘째 날!


기숙사 입사 둘째 날부터 바로 국제 학생 전체 웰컴 오티가 있어서 아침부터 트램을 타러 갔다. 겐트대학교에는 매 학기 국제 학생들이 굉장히 많이 와서 웰컴 오티도 세 번에 나눠 진행한다. 나는 시차 적응 때문에 일찍 깰 것 같아 가장 이른 시간인 11시로 예약했다.



시내로 가는 2번 트램을 타고 Het Pand로 향하는 중! 기숙사에서 가까운 트램 정거장은 없어서 걸어서 약 10분 정도 가야 한다. 한국에서 같이 온 벗들은 걸어간다고 했는데, 나는 아침 일찍부터 준비를 마치기도 했고, 혼자 트램을 타보고 싶기도 하고, atm에 들러 현금을 인출하고 싶어 혼자 이동했다. Albert Heijn에서 장을 자주 볼 것 같은데 유로가 현금으로 없어서 최대한 빨리 현금을 구해야 했다.


트램 티켓은 겐트역에 있는 De Lijn 티켓 오피스 또는 어플에서 구매할 수 있는데 어플로 구매할 경우 특별히 트램을 탈 때 카드를 찍을 필요가 없다. 어플에서 티켓 activate를 누르면 QR 코드가 생기는데, 혹시 직원이 티켓을 확인한다면 그 코드를 보여주면 된다. 즉 무임승차하는 것처럼 그냥 타면 된다. (?) 실물 교통카드를 가진 사람들은 버스나 트램을 탈 때 카드를 찍기 때문에 나만 카드를 안 찍는 것 같아 당황했으나 온라인 티켓은 따로 카드를 찍지 않는 게 맞다고 한다. 티켓 불시 검문은 한 달에 한 번이라고 하니 앞으로도 티켓을 따로 보여줄 일은 잘 없을 것 같다. 어쨌든 나는 그냥 10회 티켓을 샀다. 1회 편도 티켓은 1시간 이용 가능하고 2.5유론데 10회 티켓은 17유로로 1회에 1.7유로이다. 겐트는 브뤼셀처럼 학생 전용 교통카드는 없다. (그래서 다들 자전거를 그렇게 타는 건가)


트램 내부는 모두 더치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내리는 정류장을 확인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화면에서 정확히 어떤 글자가 지금 멈추는 정류장인지도 잘 모르겠고, 정류장 이름의 발음과 스펠링을 매치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타고 가는 내내 구글 지도를 뚫어져라 계속 쳐다봤다.


트램은 한국의 전철과 비슷한데 특이하게 내리고 탈 때 사진 속 노란 버튼을 눌러야 문이 열리고 내릴 수 있다. 문이 열릴 수 있을 때 깜빡깜빡 불이 들어오니 잘 보고 있다가 눌러야 내릴 수 있다. 나는 탈 때도 내릴 때도 다른 승객이 문을 열어서 같이 잘 내릴 수 있었다. 버튼을 눌러야 문이 열린다는 걸 처음에는 몰랐기 때문에 만약 누가 같이 타거나 내리지 않았다면 … !



International Support Team에서 진행하는 웰컴 오티에서는 노션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여러 정보를 소개해 주셨고, 거주증 등 중요하게 챙겨야 하는 것들을 알려 주셨다. 모두에게 나눠준 에코백에는 각종 기념품과 맥주와 보트 투어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토큰 여러 개, 자전거 렌트 학생 할인 안내서, 유심 학생 할인 안내서 등이 들어 있었다.


전체 오티가 끝나고는 돌아다니면서 보험사, 언어 센터, 유심 회사 등의 부스를 방문해 궁금한 걸 물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간단한 음식부터 마실 것들도 많이 준비되어 있어 여러 부스도 들리고 타코도 먹었다. 먹고 마실 것을 가져와 편하게 먹을 수 있는 테이블도 있었다. 나도 같은 테이블에서 헝가리,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온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부스 중에 어제 셔틀버스를 제공해 준 ESN Gent 부스도 있어서 부스에 들러 ESN Card를 만들었다. 15유로를 내면 가입할 수 있는데, 각종 행사 참여할 때 저렴한 비용으로 참여가 가능하고 Ryanair(10% 할인+무료 위탁 수하물 20kg!!!), Flixbus(10% 할인), Flibco Bus(20% 할인) 등 여러 회사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가입하는 걸 강력하게 추천한다.



오티 끝나고 집 오는 길에는 아침에 뽑은 현금으로 Albert Heijn에서 간단하게 장을 한 번 더 봤다. 이제 현금이 있으니 장은 볼 수 있지만 역시 한국에서 하도 현금을 안 쓴 지 오래돼서 그런가 지폐와 동전을 받는 게 불편했다. 빨리 벨기에 카드 만들어야지.


아쉽게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료인 칠성 사이다 제로는 못 마시지만 스프라이트 제로가 있었다. 우유 대체품으로 두유를 못 찾아서 두유 대신에 Alpro라는 plant-based protein(식물성 단백질)이 들어있는 음료수 바닐라맛도 샀고, 바나나와 로투스 비스코프 스프레드도 샀다. 점점 냉장고를 채워 나가는 중!


아마도 중고 마켓 가는 길. 왤케 신났지 광대가 한껏 올라갔다.


한국에서는 음식을 보관할 수 있는 통과 수저 세트만 가져왔기 때문에 접시나 컵, 포크와 나이프가 없어 빨리 사 와야 밥을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트에서 새 제품을 구매할까 하다가 Kringwinkel이라는 중고 가게가 있다고 들어서 프라이팬/냄비/이불/수건을 사러 Action에 갈 겸 Action과 가까운 지점인 Kringwinkel Ateljee - Pijndersstraat로 갔다.


전반적인 가게 분위기.
도자기 그릇 코너. 색깔별로 분류된 게 귀여웠다.


다른 지점에 비하면 작은 편이었는데도 선택할 수 있는 접시와 컵의 종류가 정말 많아 한 개 당 50센트 정도의 합리적인 가격에 도자기 그릇들을 구매했다. 좀 깊은 파스타 보울도 사고 싶었는데 아쉽게 평범한 디자인의 파스타 보울은 없었다. 거대한 파프리카가 그려진 파스타 보울을 갖고 싶진 않아 … 프라이팬과 냄비는 사용감이 많이 느껴져서 중고로 사지 않았지만 그릇은 씻으면 새것 같기 때문에 꼭 이 가게가 아니더라도 중고로 사는 게 좋은 것 같다.


생필품만 파는 홈플러스 같았다.


다음으로는 겐트 북쪽 외곽의 Action에 갔다. 꽤나 외곽에 있지만 5번 버스를 타면 한 번에 가기 때문에 갈만한 곳이다. 여러 생필품을 (아마도 IKEA 보다 저렴한) 괜찮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나는 버디에게 IKEA를 가지 못한다면 (왜 가지 못하는지는 나중에 나온다 .. 결국 1시간 넘게 걸어서 갔기 때문에 ^^) 어디서 이불을 사면 좋겠냐고 물어봤다가 소개받았는데 홈페이지에서 가격을 확인하니 침구가 정말 저렴해서 여기서 생필품을 사기로 결정했다.


위의 사진 속의 프라이팬과 냄비도 당연히 샀고, 개인용 플라스틱 도마와 아래 사진 속의 이불과 세제, 수건, 빨래함도 구매했다. 어떤 게 세제인지 확인하는 게 정~말 어려웠다. 다용도 물비누일 수도 있고 섬유 유연제일 수도 있어서 구글 번역기를 사용해 가면서 읽는데도 구별하기가 힘들었다. 결국 Persil이라는 게 제일 세제 같아서 엄마에게 물어보니 ‘퍼실은 한국에도 팔아’라고 하셔서 그냥 바로 그걸로 구매했다. 벨기에 사람들 다들 영어 잘해서 편하지만 마트는 더치어만 취급한다는 게 참 어렵군 …


이불 사이즈를 잘못 선택해서 (물건 분류가 잘못되어 있었다) 과하게 거대한 정사각형 모양의 이불을 갖게 될 뻔했는데 다행히 나서기 전에 깨달아서 환불을 부탁드리고 재결제했다. 이불이니 한 번 펼치면 환불 못 했을 텐데 미리 깨달아서 참 다행이었다.


버스 타고 한 번에 기숙사 가니까 걱정 없이 잔뜩 샀는데 세제도 그렇고 도자기 그릇들이 상당히 무거워서 꽤 고생했다. 그래도 어제와 달리 드디어 제대로 된 이불을 덮고 잘 수 있게 되었다. IKEA에서 살 수 있는 비싼 이불과 달리 차렵이불이지만 날씨가 그다지 춥지 않아 괜찮을 것 같다.



아까 사진과 달리 꽤 가득 찬 냉장고와 선반!


아침부터 시내 들리고 오티 듣고 돌아다니고 대화하면서 점심을 먹고 여러 곳에서 물건을 샀더니 정말 피곤해서 저녁은 대충 빵과 스프레드를 발라 먹고 일찍 잠들었다. 확인해 보니 오늘 10km 걸었더라.



2/10 금요일


오늘은 인문대 오티와 웰컴 런치, 캠퍼스 투어가 있는 셋째 날! 정말이지 겐트 오자마자 웰컴 행사가 쏟아진다. 어제저녁 11시 전에 잠들어서 오늘도 아침 7시에 눈이 자동으로 뜨였다. 아침도 어제저녁과 마찬가지로 대충 빵과 바나나를 먹었다. 웰컴 런치를 기대하며 .. ㅎㅎ



겐트에 도착한 첫날은 날씨가 정말 좋았고 어제는 그냥 그랬는데 오늘은 완전 .. 안개 그 자체 .. 심지어 10시 반에 시작하는 오티를 들으러 나왔다 보니 거리에 사람도 없어서 너무 황량해 보였다.



인문대 오티에서는 인문대 학생들을 위한 정보와 여러 warm-up 질문들이 오갔다. 어떤 홈페이지를 코드 입력하고 들어가면 질문에 각자 대답한 내용들이 저렇게 전체 화면으로 공유돼서 다들 어떤 이유로 겐트대학교에 왔는지, 어떤 걸 기대하고 있는지, 취미는 무엇인지 등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에는 인문대 단과대 학생회와 철학과 학생회가 대표로 나와 국제 학생들을 위해 학생회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주었다.


오늘 인문대 국제 학생 모두가 참여한 건 아니었는데도 대략 50명이 넘는 학생들이 있었다. 역시 겐트대학고는 국제 학생이 정말 많다 .. ㅎㅎ



웰컴 런치에서는 병에 든 음식을 먹었다. 되게 두루미 친구 여우가 된 기분이었다. 병에 든 .. 음식 ..? 나에게는 너무 낯설었지만 소스와 야채, 퀴노아 등을 섞어 먹으니 꽤 맛있었다. 어떤 식사를 하는 사람이든 모두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신경 쓴 메뉴 선정인 걸 알 수 있어서 신기했다. 확실히 유럽은 다양한 식단이 보편화되었다는 생각이 들더라.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음료수와 과자도 많이 있었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복도에 붙은 안내를 따라 가는데 던전으로 향할 것 같은 계단이 나와 너무 당황스러웠다. 내려가도 진짜 던전 같았다. 근데 그곳이 진짜 화장실이었다??!


웰컴 런치가 진행된 곳은 오래된 큰 교회 옆의 작은 건물이었는데 교회만큼 오래된 건물을 개조한 것 같기도 하다. 저런 수상한 계단 아래에 저렇게 화장실만 있다는 게 너무 웃겼다. 그래서 나 다음으로 화장실을 간다고 하는 친구들에게 당황하지 말라고 알려줬던. ㅋㅋ


둘 다 대학 건물이다. 신기해!


웰컴 런치를 마치고는 예약했던 인문대 캠퍼스 투어를 했다. 일본어 전공의 석사 학생이 투어를 진행해 주었는데 인문대에 속한 건물만 세 곳이라 정말 많이 돌아다녔다. 대학이 도시 그 자체이다 보니 수업, 공부를 위한 공간이 많은 게 무엇보다 좋아 보였다.


캠퍼스 투어가 끝나고는 같이 투어를 다닌 친구들과 아까 오티 때 소개받은 단과대 학생회실 구경을 갔다. 캠퍼스 투어를 진행한 친구가 일본어 전공이기도 하고 같이 투어를 한 친구들 중에 4명이 일본인이어서 드디어 염원했던 일본어로 일본인과 대화하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일본어를 내내 듣기만 했지 말하는 건 해본 적 없었기 때문에 생각한 것보다 너무 어려웠다. 심지어 요즘 계속 영어 쓰느라 머리가 복잡해서 일본어를 쓰려고 해도 자꾸 영어가 나와 당황스러웠다. 이것보다는 내가 일본어를 잘하는데 .. ㅠㅠ 좀 속상했다. (다행히 요즘은 완전 잘 함ㅎㅋㅋ 유창하다고 칭찬 많이 받음 뿌듯하다!)



캠퍼스 투어가 끝나고는 기숙사 안전 교육을 받았다. 기숙사 열쇠 사용법, 상세 주소, 거주증 발급을 위한 경찰 방문 과정, 사고 발생 시 대처 요령 등 한 시간을 꽉 채워 다양한 교육이 진행됐다. 교육이 시작한 시간이 오후 4시였으니 정말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일들이 있었던 하루였다.



기숙사 안전 교육까지 받고 돌아오는 길에 Proxy Delhaize라는 새로운 마트에 들러 베이컨과 샌드위치 빵, 토마토소스를 샀다. 드디어 요리라는 걸 하는구나 …!! 그래봤자 베이컨 구워서 빵 사이에 끼워 먹는 거였지만. ㅎㅎ 고기도 파는 마트면서 달걀이 없어 아쉽게도 사지 못했다. 다음에 Albert Heijn 가면 달걀부터 사야지.



2/11 토요일


휴 오늘은 드디어 별 다른 일정이 없는 주말. 일정이 없어도 여전히 시차 때문에 밤 10시면 자고 아침 7시면 일어나게 된다. 건강한 루틴이라 오히려 좋다. 아마 첫날 청소하느라 일찍 안 자고 버티고 버티다가 10시 넘어서 자서 이런 루틴이 생긴 것 같다.



수요일에 짐을 풀고는 정말 짐을 ‘내려놓기’만 해서 엉망이었으나 아침에 엄마와 통화하다가 짐 꼭 정리해서 사람 사는 곳으로 만들기로 약속해 부지런히 방을 치웠다. ㅋㅋ 수납공간도 책상도 넓어서 내 캐리어에 있던 수많은 물건들이 깔끔하게 정리됐다.


한국에서 가져온 벽걸이도 유용하게 잘 썼다. 겐트대학교 기숙사에는 오른쪽 사진의 오른쪽 부분과 같은 벽이 있어 붙이는 벽걸이 말고 뾰족한 바늘을 꽂아 벽에 고정하는 방식의 벽걸이가 굉장히 유용하다. 핀을 꽂을 수 있는 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점심으로 간단하게 저번에 샀던 빵과 비스코프 스프레드와 바나나, 알프로를 먹었다. 간단하게 먹기 좋으면서도 영양소를 신경 쓴 식단이라 앞으로 아침-점심으로 자주 이렇게 먹을 것 같다. 한국에서는 바나나 잘 안 먹었는데 칼 없이 껍질 벗겨 먹기 쉬운 과일이라 여기서는 제일 먼저 손이 가는 과일이 되었다.


오후 1시에 기다렸던 swap shop(전 학기에 거주했던 기숙사 학생들이 두고 간 물건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음)이 열려서 설레는 마음으로 common room으로 갔는데 세상에 … 모든 국제 학생들이 다 모여 있는 것 같았다. swap shop은 내 기대보다 너무 작았고 학생들은 내 예상보다 너무 많았다. 결국 잠깐 줄에 서있다가 그냥 포기하고 다시 방으로 갔다. 어차피 웬만한 건 다 사서 필요한 건 양치컵뿐이었으니.



오후에는 새로 사귄 친구들에게 연락해 같이 아시안 마켓 Dun Huang에 가자고 했다. 첫날에 만난 독일 친구와 어제 웰컴 런치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 그리고 같이 온 한국인 친구와 넷이서 같이 걸어갔다. 가는 길에 전쟁 승리 기념 동상 같은 게 있길래 사진을 찍었다. 이런 게 도로 한 복판에 있다니 너무 웃기고 신기하다. 기숙사에서 Dun Huang은 걸어서 약 15분(공원으로 가면 약 12분), 자전거 타고 5분 정도 걸린다.


아래는 Dun Huang에 있는 한국 음식의 가격을 촬영한 사진이다. 겐트로 떠나는 한국인이라면 확인하고 한국에서 어떤 걸 가져갈지 정해보시길! 웬만한 한국 식재료는 Dun Huang 또는 브뤼셀의 Shilla Supermarket에서 찾을 수 있으나 비쌀 뿐이다. 진짜로 다른 생필품도 쇠수저 빼고는 다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모두 한국의 가격보다 두 배이상 비싸다. 특히 다이소에서 살 수 있는 거면 네다섯 배 더 비싸다고 보면 된다. 또한,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고춧가루, 고추장 등은 대용량만 판매하므로 혼자 반년동안 쓸 양을 구매하기가 힘들다. 이런 것들을 고려해 짐을 챙기는 게 좋다. (그래서 나는 고춧가루를 소분해서 가져왔지 ㅎㅎ)



Dun Huang의 냉장 코너에 김치(첫날에는 외국 브랜드의 김치만 있었고 두 번째 갔을 때는 비비고 김치, 세 번째 갔을 때는 종갓집 김치가 있었다 수요가 꽤 있는지 자주 바뀌는 듯) 떡국떡, 각종 야채가 있었고 냉동 코너에 비비고 만두 등이 있었다. 이 날 촬영하진 못했는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냉장•동 식품 가격 사진도 올리도록 하겠다.


아시안 마켓이긴 하지만 사실상 중국 식료품점이라 라면을 제외하면 중국산 제품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래도 덕분에 굴소스나 하이디라오 제품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앞으로도 자주 오게 될 것 같다.



점점 더 사람이 사는 것 같은 냉장고가 되어가는 중! 계란과 라면이 생겼다는 게 무엇보다 너무 행복하다.



저녁 먹기 전에 새로 산 시저 드레싱 맛보려고 샐러드랑 오렌지 주스를 간단하게 먹었다. 시저 드레싱은 생각보다 더 요거트와 치즈 맛이라 취향은 아니었고 … 다음에는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탄수화물 없는 샐러드 힘들어. 무엇보다도 벨기에 마트에는 마요네즈/시저 드레싱 밖에 없다. 오리엔탈 드레싱 내놔~!


샐러드를 먹으면서 어쩌다 보니 친구와 한참 동안 디엠으로 대화를 했고 또 어쩌다 보니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친구 집에서 자고 간다는 여러 친구들의 소식을 들었다. 모두 동아리 친구들인데 연주회가 일주일 남아서 그런지 다들 밤늦게까지 많이들 연습하나 보다. 나도 곁에서 응원하고 싶은데 참 아쉽다.


샐러드를 다 먹고는 오늘 사 온 토마토 파스타 소스로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었는데 소스 맛이 뭔가 부족하다. 2%도 아니고 한 30% 정도 … 왜 … 밍밍하지? 간이 부족하진 않은데 되게 싱겁다. 백설 토마토소스 수출 좀 해주라!!!



2/12 일요일


오늘은 날씨 좋은 일요일! 엄청 베스트 날씨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자전거 타기 좋은 날씨다. 그렇다. 오늘 드디어 겐트에서 처음으로 자전거를 탄다! 과연 내가 어떻게 자전거를 구했을까?



아침은 전에 사둔 빵 사이에 샐러드와 드레싱, 치즈를 올려 간단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바나나도 먹었고 생 오렌지 주스도 마셨다. Albert Heijn에 파는 생과일주스인데 과일의 과육이 느껴질 정도로 찐 생과일주스라 너무 달고 맛있다. 정말 오렌지를 씹으면 나오는 즙을 모아둔 맛이다.


아침을 먹고는 친구들과 광장에 갔다. 오늘은 ESN Gent의 행사 중 하나인 Bike Tour가 있는 날이었다. 자전거가 없더라도 한국의 따릉이와 비슷한 시스템인 Donkey 회사의 지원을 받아 무료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체험 행사였다. 광장에 어플을 이용해 대여할 수 있는 자전거가 정말 많이 있었고 나도 그중에 하나를 골라 자전거를 탔다. 타임 별로 약 20명 정도의 학생들이 있었고 ESN Gent 활동가들의 안내를 받아 줄지어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자전거 타고 겐트 근교 공원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었다. 사실 아직도 여기가 어느 공원인지 잘 모른다. 봄이 되면 정말 아름다울 것 같은데 지도를 잘 살펴보고 꼭 다시 와야지.


자전거를 타면서 새로운 독일 친구를 알게 되었는데, 다른 독일 친구는 같은 나라 사람을 만나도 전혀 반가운 기색이 없어서 나로서는 조금 신기했다. 확실히 아시아 국가가(일반화하려는 것은 아님) 다른 나라들에 비해 민족주의, 국가주의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우리는 서구권에 비해 상당히 오랜 기간 국경이 분리된 채로, 전혀 다른 언어와 문화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긴 할 것이다. (근데 이것도 잘 생각해 보면 하나의 민족이라는 이데올로기를 강화하기 위한 치우친 사고일 수도 ..) 하지만 세상은 이제 super-diversity의 세상이고 현재의 나를 비롯한 수많은 이민자들이 각국을 옮겨 다니는 게 흔하디 흔한 세상이다. 나도 이런 생각에 더 익숙해지고 싶다. 하지만 이러면서도 외국에서 한국인 만나면 평생 반가울 것 같다. 친해지는 것과 별개로 반가울 수는 있지! (…) ㅎㅎ



아무튼 이렇게 해서 약 1시간 반 정도 자전거를 탔다. 막판에는 나와 친구들이 조금 뒤처져서 일행을 놓칠 뻔했는데 지나가던 행인 분들이 같은 자전거를 탄 많은 사람들이 이쪽 방향으로 갔다고 알려주셔서 겨우 따라잡을 수 있었다.


자전거 투어하면서 가이드 역할의 활동가가 해주는 설명은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사실 잘 못 들었지만 그래도 겐트를 이렇게 자전거로 빠르게 둘러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겐트는 돌아다닐수록 너무 아름다운 도시다. 시내 한복판에는 오래된 역사를 지닌 건물들과 거리들이 가득한데 조금만 교외로 가면 넓은 공원들과 호수, 강이 잔뜩 있다. 당장 기숙사 뒤에도 큰 강이 흐르니! 너무 복잡한 대도시도, 너무 조용한 시골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잘 맞는 도시 같다.



저녁에는 어제 Dun Huang에서 사 온 라면을 먹었다. 며칠 한국 음식 안 먹었다고 너무 그리워졌는지 라면에 김치에 김까지 먹었다. 김치는 종가집 볶음 김치인데 파는 김치는 오랜만에 먹었더니 색달랐다. 물론 외식하면 항상 파는 김치지만 그래도 다르다. 안성탕면도 한국에서 먹는 것과 맛이 달랐다. 평생을 안성탕면 먹었기 때문에 확신한다. 수출용 안성탕면은 맛이 다르다!!! 조금 더 맵고 조금 더 자극적이다. 그래도 행복했다. 처음으로 겐트에서 밥을 다 먹고 배부르다는 생각을 했다.


2/13 월요일


오늘은 드디어 학기 개강 날이지만 나는 월요일 수업이 없어 아직 쉴 수 있는 날이 하루 더 남았다!



아마 엄마와 통화하다가 생각난 아이디어 같은데, 코인 육수에 계란을 풀면 계란국이 되는 게 아닌가 싶어서 해봤는데 진짜 너무 맛있는 계란국이 탄생했다. 느긋한 점심으로 베이컨도 굽고 샌드위치도 만들어서 따뜻한 계란국과 먹었다. 행복해!


밥을 먹고는 겐트에서 안 가본 곳을 더 돌아다녀보고 싶어서 혼자 남쪽으로 향했다. 오늘의 목표는 새로운 ATM 사용하는 것과 대형 마트에서 장 보기! 기숙사 근처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빨리 자전거를 빌려서 편하게 돌아다니고 싶다. 그래도 날씨가 좋으니 나와서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ATM은 어렵지 않게 금방 찾았다. 전에 사용했던 기계와 같은 기계라 익숙하게 현금을 인출했다. 참고로 겐트의 많은 ATM들은 인출만 가능하고 입금은 불가능하다.



돈을 뽑고 지도를 둘러보니 걸어서 10분 정도 가면 큰 마트가 있길래 거기로 가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나는 올 일이 없는 겐트대학교의 캠퍼스를 지나가게 되었다. 심지어 마트 근처에는 겐트대학교 기숙사 건물도 있었다. 도시 전체가 대학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 곳곳에 다 퍼져 있다니 참 신기하다. 이것도 복수 전공하는 사람이 드물어서 가능한가?



오늘 간 마트는 Proxy가 아닌 버전의 그냥 Delhaize이다. 홈플러스로 비교하자면 대형 홈플러스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같은 차이인데 사실 사이즈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 편의점의 차이 정도이다. 가격도 후자에 가깝다. 그래도 양파와 마늘, 정말 많은 종류의 생고기들도 찾았다. 사실 생고기는 고깃집에 가지 않는 이상 볼 일이 잘 없는데 이렇게 생고기로 가득한 진열대를 보니 좀 징그러웠다. 그래도 엄마와 통화하면서 어떤 고기가 어떤 부위고 어떻게 요리하면 좋을지 그런 얘기를 했다. 고기 포장지에 부위에 대한 설명이 있으면 참 좋을 텐데 그런 거 하나 없더라.


다른 마트에서 찾지 못했던 내 최애 벨기에 맥주 린데만스 빼슈레제도 여기서 발견했다! Albert Heijn에 있긴 한데 일반 사이즈는 없고 큰 사이즈만 있다. 정 없으면 그거라도 마시려고 했는데 앞으로는 여기서 사면 되겠다.


셀프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전부 찍고 계산하려고 카드를 긁는데 갑자기 직원에게 도움을 받으라는 안내가 떠서 굉장히 당황했다. 맥주를 샀기 때문인가 싶어서 기다리는데 직원이 와서 날 보더니 별말 없이 직원 인증키를 계산대에 갖다 대고 여러 버튼을 누르더니 이제 괜찮다고 계산하라고 하셨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미리 말하자면, 셀프 계산대에서 외국에서 발행한 카드를 사용할 경우 이렇게 매번 직원이 확인한다고 한다. 잘 결제를 했는지 확인하는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여러 키오스크나 셀프 계산대에서 항상 같은 상황이 있었다. 이런 일 때문에라도 빨리 벨기에 은행 카드를 만들고 싶어졌다.



노을이 지는 거리가 너무 아름다웠다. 건물의 층이 모두 낮다 보니 노을이 참 잘 보인다.



저녁에는 마트에서 사 온 삼겹살을 양파와 같이 구워 고추장, 쌈장을 넣고 볶은 고추장삼겹살을 만들어 먹었다. Dun Huang에서 친구와 같이 산 쌀과 그 친구가 한국에서 가져온 밥솥을 사용해 밥을 해 먹었다. 하이라이트로 냄비밥 했으면 진짜 속 터졌을 텐데 밥솥을 빌릴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 대신 나는 고추장삼겹살을 나눠주었다. 서로 돕고 사는 거지. 제대로 만든 첫 한식이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너무 맛있어서 기뻤다. 신나서 오늘 사온 귀한 린데만스도 바로 마셨다. 요리 더 다양하게 많이 해야지!


칼이 없어서 마늘을 주방 가위로 썰어보려고 낑낑 대니 주방에 있던 다른 친구들이 칼을 빌려 주기도 했다. 그제야 주방을 제대로 둘러봤는데 공용으로 사용하는 프라이팬, 그릇, 칼 등의 도구들이 참 많더라. 칼을 사기 전까지는 공용 칼을 사용해야겠다.



저녁에는 사뒀던 파인애플을 먹으면서 미뤄뒀던 할 일을 했다. 겐트에 도착하고 나서는 계속 이런저런 행사에 장 보고 바빠서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주말과 월요일은 차분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보내니 내일 산뜻하게 개강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여전히 개강은 싫지만 …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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