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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동호 Jun 01. 2021

(2)마감의 마법

그러다 알게 된 것이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였다. 


함께 글 모임을 하는 형의 권유였다. 모임이 반년을 지나가며, 우린 글에 대한 긴장이 풀어지고 있었다. 마감의 필요성을 우린 말했다. 글이 늘어지고, 같은 부분에서 맴돌았다. 서로 글에 대한 피드백도 지난번에 한 그대로인 것 같고(일주일 사이에 얼마나 달라지겠는가), 챕터의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마감이 없어서라고 우린 변명했다. 

출판 프로젝트 소식을 들은 것은 2020년 10월이었다. 브런치는 매년 2번에 걸쳐 출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후반기 공모(8회)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수상 혜택은 그야말로 대단한 지원이었다. 상금 500만 원이라니, 요즘 출판계에는 1쇄(1000부)만 팔아도 성공이라고 들었다. 중쇄(인세) 수준의 상금을 받는 것이다. 솔깃할만한 지원이었다. 


공지를 읽으면서 나는 이것이 점점 나를 위한 기회라고 생각이 들었고 결국에는 하늘이 열리고 천둥 번개가 내리치며, 이거다!!라고 하진 않았다. '뭐, 한번 해볼까?' 정도의 가벼운 생각을 했다. 너무 세게 기대했다간 상처 받을 테니까...(여린 가슴입니다만) 마냥 늘어지는 지금의 글에 대해 권태를 느끼고 있었다. 이젠 다른 주제로 넘어가고 싶었다. 혼자만의 글감옥에 살고 있었다.


하지만, 브런치의 작가가 되려면 등록절차가 필요했다. 나는 아직 자격이 없었다. 2017년 7월 작가 신청을 했다. 전 직장을 그만두면서 불타는 마음으로 신청했다. 이 정도쯤!으로 생각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그 일 이후 나는 브런치를 멀리했다(여린 가슴입니다만) 


시간은 흘렀다. 우린 서로 다른 길을 걸을 줄 알았지. 그렇지만, 나는 글쓰기를 잊지 않았고,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 조금씩 글 조각을 남기던 나날이었다. 형의 권유를 받은 그날 바로 브런치 작가를 신청했다. (이 당시의 글쓰기 모임은 글쓰기 보단, 이런 글쓰기를 위한 사전 작업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도착한 메일, 작가로 등록되었다고. 이때가 10월 6일이었고, 출판 프로젝트 마감일은 11월 1일이었다. 이날부터 나는 이제껏 쓴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글을 추려보니 대충 30장이었다. 


마감의 마법이 시작되었다. 시일이 있으니 시작한 글의 끝맺을 수 있었다. 막연하게 분량만 채워놨던 글들을 지우고, 중언부언했던 문장을 줄이고 나니, 많은 분량이 없어졌다... 눈물을 머금고 삭제. 딜리트, 딜리트.. (나중에 출판사와 편집을 시작하니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하니 20장 정도,,  


쓰려고 생각은 했으나, 쓰지 않았던 챕터는 제목만을 써놨다. 책 전체를 써야 하는 줄 알았다. 쓰지는 않았으나, 왜 책을 썼는지 말해주는 부분이었다. (책으로는 22장과 23장에 쓰인) 가축전염병과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결국 왜 돼지를 키웠는지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생각해서인지 쓰는 게 더 어려웠다.


하루 한 장 올리면 될 것 같았다. 글 발행 전, 두 번 정도 다시 읽어보고 올리길 매일. 마감 날짜를 잘못 알고 있던 것은 아닐까. 불안에 떨던 날도 있고, 써놓은 글을 수정하는 것임에도 어려움은 있었다. 드디어 모든 챕터를 올렸다. 마지막에야 책 제목을 정하고, 책 설명을 썼다. 돼지의 생을 부탁하는 의미로, 제목을 <돼지를 부탁해>로 정했다. 11월 1일 23시 38분, 마감을 십여분 앞둔 상태로 브런치북 완성. 책 옆에 프로젝트 '출품' 버튼이 있었다. 이거면 되는 건가? 클릭 한 번으로 출품이 됐다. 생각보다 간단한 출품 절차에 다시 불안감이 들었다. 출품 전이나 후나, 책은 그대로인 거 같았다. 글 수정도 됐다. 


뭐 아무튼 됐다. 마감한 것으로 됐다. 그제사 둘러본 다른 작가님들의 출품작. 우와 재밌어 보이는 걸. 이것도 저것도. 스크롤을 내렸다. 그런데 화면이 끝도 없이 내려갔다... 마치 낙동강에 떠내려간 오리알처럼 내 책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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