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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동호 Jun 15. 2021

(4) 수상후보작이 됐어요

주변 사람들의 반응_가족들

브런치 프로젝트에 수상 후보작이 됐다. 전문용어로 소 뒷걸음에 개구리가 밟혔고,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왜 맨날 개구리인가!.. 아무튼 얼떨결에 일어난 기적.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이게 어떤 의미인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그땐 몰랐다. 아무튼 나는 신중한 사람이므로 이틀 정도 상황을 지켜보았다. 브런치 근황과 다른 수상 작가(대체로 가난해서_이유는 전에 쓴 글 참고)님의 변화 등등. 세상은 조용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즈음 브런치북 조회수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출판사에서 대상을 확정하기 전에 집중적으로 조회를 한 것 같다. 겉으론 신중하지만 속으론 초조했던(겉신속초) 이틀이 지난 후에 현타가 왔다. 나는 이 소식을 가까운 이들에게 전했다. 쥐를 잡아서 의기양양해진 우리 강아지의 기분이랄까.


1) 내 가족들_ 브런치북 후보작이 되었다는 소식을 가족 카톡방에 올렸다.

책과 거리가 먼 우리 가족에게 '브런치'라는 것을 소개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나는 그냥 '카카오'에서 주최한 공모전이라고 얼버무리기로 했다. 

 

가장 먼저 답글을 단 것은 역시 우리 엄마다. 내게 조금이라도 문학적 소질이 있다면 그것은 모두 엄마에게서 왔는데, 최소한 내가 책 주변을 맴도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치셨다. 엄마는 집안 사정상 상업고등학교로 진학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배움의 열정이 마르지 않는 사람. 각종 자격증, 수료증 보유. 또 하나. 우리 엄마는 신실한 기독교인이다. 전도 행사, 봉사활동도 열심히 다니셨다. 우리 엄마를 위해서라도 꼭 천국이 있으면 좋겠다고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나는 자연히 모태신앙인으로 자랐다. 지금은 아니지만, 교회라는 공동체가 내 인생관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내 소식에 엄마는 카톡방에서 감사 기도를 드리셨다.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두 번째로는 형이 카톡을 달았다. 그렇다, 내게는 두 살 위의 형이 있다. 지금은 거의 잊었지만, 내 유년 시절의 꿈은 내게 누나가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 소망은 100% 홈메이드, 바로 우리 형이 기여했다. 나보다 덩치가 큰 형은 내게 현실 세계의 곰이었다. 캐나다에는 캠핑 중, 곰이 나타났을 때를 대비한 매뉴얼이 있다고 한다. 먹을 것은 텐트 밖에 두어야 한다고. 나는 툭하면 습격을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부분은 내가 그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에 그가 내 멱살을 쥐었을 것 같다. 


"오 재밌네ㅎㅎ" 형의 답은 이게 다였다. 수상 후보작이 된 상황이 재밌다는 것인지, 책이 재밌다는 것인지 정확하지 않은 톡이었다. 형 다운 말이었다. 이과 출신인 형은 과학을 공부했다. 나중에는 책에 들어갈 물리 공식(*기울어진 운동장의 법칙)을 만드는 도움도 받았다. 평소에도 그저 형제된 도리로써 전화를 하는 우리의 대화는 매우 건조하다. '잘 있지?/응...', '그래, 그럼 안녕/응, 안녕' 이런 식이다. 책 덕분에 우리는 과학에 대한 대화를 했다. 기울기가 어떻고, 벡터가 어떻고. 형이 신소재를 공부했다는 것을 나는 10년 만에 인지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법칙'은 형이 사흘에 걸쳐 만들어준 공식이다.


그리고 이어진 아빠의 카톡.. 

"은찬이는 잘 들어갔나." 아빠는 내 소식이 아니라, 오늘 집에 다녀간 손주에 대한 안부를 물었다. 가족 카톡방의 모든 이슈는 손주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우리 강아지가 잡아온 쥐를 나는 뒤뜰에 버렸고, 내가 올린 '제가 후보작이 되었는데요' 이슈는 아빠의 시선을 끌기엔 조금 약했던 것이다...  


우리 아빠는 내가 책을 쓰는 '끊기지' 않는 동력을 주신 분이다. 내가 용돈을 받던 시절에는 책 사는데 아낌없이 (물론 일부는 다른 곳에 썼지만) 지원해주셨다. 그리고 이제는 나의 귀농 생활을 가장 이해하지 못한 분이었다. 아빠 세대가 자식을 사랑하는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막상 아빠가 뭐라고 하실 때는 나도 쏘아붙이며 대응했다. 귀농의 이유를 부모님에게 굳이 설명해오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의 대화는 언제나 어긋났다. 나는 글을 통해 내 귀농의 이유를 설명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책을 썼다. 그러니까 내 궁극의 독자는 우리 아빠였달까.


다음날 형수님의 카톡이 올라왔다. 

"도련님 글 재밌네요. 꼭 좋은 결과 있길 바라요."

형수님의 카톡이 있은 후에야. 부모님은 그제사 브런치 북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그리고 나서 내 브런치를 읽어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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