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나온 이후
책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가 세상에 나온 지 어느덧 3개월. 원고가 책이 되기까지 반년이 걸렸다. 수정을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을 다듬었고, 부족한 정보를 채워 내용을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원래도 샌님이던 나는 내 작품을 간택해준 편집자님께 실망을 드리지 않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이 반년을 찐(샌님)으로 거듭나야 했다.
(변신!)
내가 찐으로 거듭나는 동안 (이미) 세상의 중심은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이동해있었다. 책 팔 때 무릎 한번 꿇어보려 했던 나의 밑천, 나의 유일한 소셜 활동 페이스북, 일천 오백 페친은 대부분 유령이 되어 있었고, 그나마도 남아있던 페친들은 나의 무플에 등을 돌린 지 오래였다.
허허허.
하지만 나는 전혀 외롭지 아니하였다. 외로움을 잊기 위하여... 아니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이 나는 아주 바빴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새로운 프로젝트_'바퀴 달린 집'을 짓기 시작한 덕이다. 이 넓은 세상에 발뻗고 누울 수 있는 내 터전이 생기는 것이다.
처음엔 2주면 다 지을 것이라 생각했다. 2주 휴가를 냈는데, 휴가가 끝나고서야 집 짓기는 이제 시작된 기분이 들었다. 지금 돌아보니 실제로 집 짓기는 그때서야 시작이었다. 주말마다 틈틈이 하면 되겠지 싶었다. 그날부터 이웃들은 만날 적마다 집 상황을 물었다. 나는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한 달이면 될 것 같다고. 음, 계산해보니 한 달이라 말한 지 여섯 번이 지나가고 있다.
'집 지으면 십 년을 늙는다'는 풍문이 있는데, 그 소문은 사실이었던 것이다. 철부지 같은 내 면전에 몇 년 치 세월이 스파이크로 꽂혔다.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로 받은 상금도, 책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로 받은 인세도 모두 집에 쳐박았다. 주변 사람들은 나를 안쓰럽게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시선과 속내는 상당히 다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쁜 세월을 맞았다기보다는 지금 나는 더없이 좋은 세월을 만끽하고 있다. 이 재밌는 일을 왜 목수들은 자기들 끼리만 하는 것인가.가 궁금한 요즘이다.
물론 일이 더뎌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초봄에 시작한 일이, 여즉 끝나지 않았다. 게다가 나는 지금 사는 집의 겨울 필수품, 나무 땔감조차 사지 않았다. 돌아갈 길을 태워버린 불굴의 의지(혹은 게으름). 내겐 전진만 있을 뿐이다. 겨울이 오기 전, 새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
집짓기는 어째서 늦어진 것일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