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1 환승역

시간에도 환승역이 있더라

by 유연구지

아시는가

시간에도 버젓이 환승역이 있다는 사실을.


해마다 12월 31일에는 갈림길에 선

어정쩡한 마음의 방황이 스며 있다.


한 해의 마지막을 마무리 매듭짓듯

정성껏 장식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기도 하지만

내일이면 불쑥 들어설 새해라는 낯선 시간에 대한

무방비 상태인 것이 많이 부담된다.


60년대 70년대

어릴 때는 엄마 따라 연중행사같이 목욕탕 가서

때 빼고 광내는 것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한해를 맞이했다.


자정에 티브이에서 보신각 타종 화면과 종소리를 들으며

새해가 왔구나 가족끼리 새해인사하고 잠자리 들었다.


내 어린 시절의 1231은

그렇게 한 해가 가고 오는 행사가 분명한

시간의 환승역과 같았다.


회사에서는 종무식과 시무식이 있었고

칼로 무 베듯 반듯한 단면이 드러나는 끝과 시작의 선이 있었다.


나이를 먹으니 시간의 단면이 흐려진다.

어디까지가 끝인지

어디서부터가 시작인지

하는 일의 경계선이 불분명하고

생활이 단순해지니 더욱 그러하다.


하여 보이더라

1231 환승역


엄마가 그러셨듯이 나는 오늘 묵은 이불빨래를 했고

책상 위에 흩어진 책과 연필들을 정리하고

친구들과 멀리 있는 가족들에게 지난 한 해 감사와 새해축복 메시지를 보내고


그리고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고 때 빼고 광을 낼 것이다.

엄마의 말씀처럼 경건한 마음으로 새로운 시작 새해를 맞는 것이다.


1231 환승역 플랫폼에서

한결같은 다짐

새해 건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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