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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oise Jul 31. 2018

어느 가족

버림받은 사람들, 가족이 되는 과정

평일 낮 시간, 여의도 IFC몰에서 친구를 만났다.  점심식사를 하러 나온 직장인들로 북적거리는 와중에, 우리는 유유히 구경을 하고, 밥을 먹고, 수다를 떨었다. 대부분 일하는 시간에 여가를 즐긴다는 묘한 승리감에, 올 여름 휴가를 못간다는 우울한 생각도 접을 수 있었다.


친구가 보고싶다던 영화 어느 가족을 봤다. 극장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앉아 있었다. 황금종려상을 탄 영화라기에, 작품성은 대단하겠으나 매우 잔잔힌 스토리겠거니 지레 짐작했다.


역시 잔잔했다. 한 문장으로 줄여보자면, “버려진 사람들의 유대를 그린 영화” 였다. 각자 사연있는 사람들, 피 한 방울 안 섞인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내용이다.


보기만 해도 비좁은 주택에서 무려 4명의 어른과 2명의 어린 아이가 산다. 아빠 역할의 남자는 공사장 인부, 엄마 역의 여자는 공장에서 미싱을 돌리고, 누나로 보이는 앳된 여자는 젊음을 판다. 할머니는 죽은 남편의 연금으로 먹고 살고, 남자아이는 아빠 역의 남자에게 배운 도둑질로 샴푸나 과자 등을 훔친다. 부모에게 ‘낳고 싶지 않았던 아이’ 취급을 당하던 여자아이도 그런 남자아이를 곧잘 따르며 도둑질을 한다.


그들이 어떤 사연으로 가족이 되었는지 구구절절한 설명은 없다. 단지 짤막하게 드러나는 대사로 눈치를 챌 수 있을 뿐이다. 불법과 합법 사이를 오가며 하루를 살아내는 이들은, 누군가가 보기엔 하류 인생. 아니 일반적인 기준에서 한참 삐끗한 비급 인생이다. 그러나 외롭지는 않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라도, 서로의 필요에 의해 맺은 관계일지라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으니 정이 든다. 그 정이 꽤 끈끈하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든다. 나를 버린 가족과, 나를 가족처럼 보듬어준 남. 둘 중에 어떤 걸 진짜 내 가족이라고 불러야 할까?


출처: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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