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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oise Oct 23. 2016

여자 이야기
Une affaire des femmes

한 여자의 '지독한' 인생을 그리다 

프랑스의 국민 배우, 이자벨 위페르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 여자 이야기


영화는 한 여자의 인생을 따라가며 보여준다. 

극 중 여주인공인 마리의 친구가 유태인이라서 끌려가는 장면으로 봤을 때, 

배경은 한창 암울했던 전쟁 시기였던 것 같다.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시대에 어린 아들과 딸, 그리고 실직자 남편을 데리고 꿋꿋이 살고 있는 여주인공 마리. 그녀는 언젠가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꿈인 여자이다. 여자는 아이가 둘 딸린 엄마지만, 아직 엄마라는 호칭보다는 아가씨라는 호칭이 더 잘 어울린다. 실제로 마리는 어린 아들에게 "엄마는 아직 젊단다"라고 말하며, 혼자 카페에 가서 신나게 춤을 추다 돌아오곤 한다. 


어느 날, 이웃집에 커피 머신을 빌리러 갔던 그녀는 친구가 겨자를 푼 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남편이 아이를 원하지 않아"


친구는 남편이 아이를 원하지도 않고, 또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며 홀로 아이를 낙태하는 민간요법을 쓰고 있었다. 이에 마리는 친구의 낙태를 돕기로 결심하고, 호스를 연결해 세제를 탄 물을 자궁 속에 넣는 방식으로 친구의 낙태를 돕게 된다. 


결과는? 성공. 


마리의 무시무시한 민간요법은 성공하게 되고, 친구는 이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마리에게 전축을 선물한다. 

어쩌면 이때부터 그녀의 인생이 조금씩 파국으로 치달은 건지도 모른다. 친구의 낙태를 도와줌으로써 그토록 갖고 싶었던 전축을 갖게 된 마리. 이윽고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된 여인들이 은밀한 소문을 따라 마리를 찾아오고, 그녀는 점점 불법 낙태 시술로 돈을 얻는 재미에 빠져든다. 


집안의 커튼이 바뀌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먹을 수 있도록 식탁엔 항상 사탕이 준비되어 있다. 침대 매트리스도 새로 깔고, 담배도 새로 사둔다. 남편은 자꾸 어디서 돈이 생기냐고 묻지만, 마리는 앙칼지게 몰라도 된다고 받아친다. 


마리의 수입이 많아질수록, 남편은 한없이 초라해진다. 무능력한 남편, 성적 매력이 없는 남편, 무능력한 아빠, 맨날 집에만 있는 아빠로 전락한 남편은 오직 신문을 오려 그림을 만드는 걸로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남편도 물론 과거에는 직업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강제 징집을 당한 뒤로, 어디에도 취직을 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경단남'이 되어버린 남편의 모습은 당시 시대의 어두운 면을 대변하는 인물이 아닐까 싶었다. 


한편, 마리는 낙태 시술에 이어 자신의 매춘부 친구에게 방을 빌려주며 새로운 수입을 얻는다. 이미 돈 맛을 봐버린 그녀는 낙태 시술을 하면서도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심지어 젊고 잘생긴 어린 남자와 바람까지 피운다. 겉으로는 세련된 옷차림, 최신 유행의 머리를 하며 고상한 귀부인인 척 하지만, 속은 새카맣게 변해버린 그녀. 


그러던 어느 날, 마리는 자신의 낙태 시술을 받고 세상을 뜬 여자의 소식을 듣게 된다. 

여자의 남편이 슬픔에 못 이겨 기차에 몸을 던졌고, 그들의 여섯 아이는 오갈 데 없는 고아가 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마리는 "여태까지 (시술을) 많이 해 왔어요. 절대 내 잘못이 아니에요!"라고 말하며 현실로부터 도망친다. 



그렇다면 마리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결과는 비극이다. 불법 낙태 시술을 통해 경제력을 손에 쥔 그녀는 실직자 남편을 무시했다. 

그녀에게 짓눌려 한없이 초라해져 버린 남편은, 그녀가 바람을 피운 것까지 알게 되고 결국 그녀의 불법 낙태 시술을 경찰에 밀고해버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열심히 모은 돈으로 꿈에 그리던 노래 강습을 받던 날, 그녀는 경찰에게 잡혀간다. 아들과 딸이 보는 앞에서 경찰에게 잡혀간 마리는 사형시키진 않을 거라는 변호사의 말을 믿었지만, 낙태를 '살인'으로 판단한 국가에 의해 결국 사형 선고를 받는다. 


한편으로 그녀는 뒤숭숭한 나라를 바로잡기 위한, 나라의 권력을 제대로 보여줄 '첫 타자'가 된 셈이다. 영화의 결말은 정말 씁쓸하다. 빽빽 우는 딸, 머리를 벽에 박으며 자학하는 아들, 눈물을 흘리며 사형장 창문으로 비치는 새파란 하늘을 바라보는 마리. 그녀의 잠시나마 달콤했던 인생은 결국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사라진다. 


과연 사형장에서 그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지? 난 그저 가수가 되고 싶었을 뿐인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어쩔 수 없이 그 시대를 살아내야 했던 한 여자, 그리고 사형이라는 죗값을 치르기엔 

조금은 억울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 <여자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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