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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oise Dec 20. 2016

1.여행을 위한 '수난시대'

여행도 내 맘대로 못가나요?

작년부터 노래를 부르던 여행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된 건 올해 3월부터다.

마지막으로 여행을 간 건 어언 3년여전, 그것도 대학교에 다니던 까마득한 시절이었다. 여행을 마친 후 돌아와서 부족한 학점을 메꾸고 졸업을 하기 위해 버둥거리다 보니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흘러간 3년의 시간 사이에, 나는 나름 크고 작은 변화를 맞이했다.

졸업과 동시에 막내작가로 첫 사회 생활에 입문하고, 첫 직장에서 두번째 직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고도 거의 2년이 가까운 시간이 흐른 셈이다. 그말인 즉슨, 2년여가 가까운 시간 동안 여행을 내내 가슴에만 품고 살아왔다는 말이다.


그렇다보니, 이번 여행은 나에게 정말로 중요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었고, 앞뒤 일을 제쳐두고 꼭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2년 가까이 일한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었다.


정 들었던 작가 언니들과 작별을 고하는 일은 물론 힘들었다.

그러나 더욱 힘든 것은, 내 후임 작가를 구하는 일이 정말 '미치도록' 힘들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첫번째 작가는 인수인계 연락을 한 당일, 죄송하다는 짤막한 전화통화로 날라 버렸다.

그 후에 뽑은 두번째 작가는 심지어 인수인계를 받고 난 후에 못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때가 출국하기 불과 일주일 전이었다. 속된 말로 '똥줄'이 새카맣게 타는 상황이었다.


뭐든지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철칙을 갖고 있던 나는 두 가지 갈림길에 놓이게 되었다.

1. 후임이고 뭐고 내 비행기 티켓은 누가 환불해주는데? 걍 떠난다

2. 스케쥴을 무리해서라도 조정하고, 후임이 구해질때까지 기다려준다


물론, 내 선택은 1번이었다. 사실상 따져보자면 내가 갑자기 그만둔다고 한것도 아니었던 데다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람을 두 번이나 뽑았지만 그들이 책임감 없이 튀어버린 게 죄라면 죄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는 부담감과, 혹여라도 '좁아터진  방송 바닥에서 내가 무책임하게 그만둬버린 작가로 찍히면 어쩌나' 하는 근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었다.


나름대로 스스로 배짱이 있다고 생각했으나, 나는 사실 쫄보였던 것이다.

당시에는 내가 마치 '극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인간이 하는 행동' 을 주제로한 실험의 주인공이 된 것만 같았다.


그런데 다행히도, 저엉말 다행히도, 출국 삼일 전에 아주 멋진 후임 작가가 나타났다.

정말 그 작가에게 뽀뽀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결국 나는 출국 하루 전 일요일, 그녀에게 성심성의껏 인수인계를 해주고는 모든 것을 훌훌 털었다.


인수인계를 끝내고 나오는데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출국 하루 전에도 출근을 했다는 것과 동시에, 그래도 2년 가까이 매일 출근했던 이곳을 떠나게 된다고 생각하니, 훵-하니 마음 한켠이 텅 빈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 텅빈 마음은 여행으로 채우리라 다짐하고, 힘차게 씩씩하게 돌아섰다.

앞으로의 고난과 시련은 지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길 바라면서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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