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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oise Dec 28. 2016

2. 공항에서 생긴 일

꼭두새벽 공항에서 맞이한 '날벼락'


12월 10일 일요일 오후 1시, 나는 마지막으로 회사에 출근했다.

약 두시간 가량 인수인계를 하고 몇 개 되지 않는 짐과 3kg에 달하는 노트북을 들고 나왔을 때가 오후 3시쯤이었다. 마음이 약간 싱숭생숭했다. 이제 정말 안녕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동안 함께 일했던 사람들에 대한 아쉬운 마음, 그리고 고마운 마음이 스쳤다.


이상하게 바로 집에 가긴 아쉬워서, 회사 옆의 작은 카페에 들어가 커피 한 잔을 마셨다.

괜히 감상에 젖어보려고도 했으나, 그러기엔 시간이 없었다. 업무 종료와 동시에 여행의 시작이 불과 18시간 가량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에 들어가서 바리바리 남은 짐을 쌌다. 괜히 짐은 깔끔하게 싸고 싶은 마음에 몇 번을 빼고 넣기를 반복했다. 라면에 햇반까지 쟁여담고 무게를 재보니, 정확히 23kg가 나왔다. 29인치 캐리어와 기내용 캐리어까지 마무리 하니 밤 12시. 지하철 첫차까지 5시간 반 정도 남은 상황.


일단은 좀 자야겠다 싶어서 눈을 붙이고, 4시 반에 다시 일어나서 공항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혹시 남아 있는 음식물 쓰레기는 없는지, 창문은 다 잘 닫혔는지 확인하고, 보일러는 외출 모드로 맞추고 나갈 채비 완료. 내 덩치만한 캐리어 두개를 끌고 5층짜리 건물에서 힘겹게 내려왔다. 새벽 아침의 공기는 언제나처럼 신선하고 차가웠다. 정확히 다섯시 반, 지하철 첫차에 몸을 실었다.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공항철도로 갈아타, 인천국제공항까지 가는 시간은 나름 행복했다.

모든 여행이 그렇듯이, 마음이 괜히 간질간질 붕 뜨고, 앞으로 펼쳐질 일에 대한 호기심과 설레임을 조용히 곱씹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도착한 시간은 대략 7시. 우리가 예약한 비행기 출발 시각은 오전 9시 45분.

그런데, 이상하게 불안한 표정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나 또한 불안감에 휩싸이던 찰나,


"고객님, 못 들으셨어요? 지금 비행기가 문제가 생겨서 내일 출발해야 할 수도 있어요."


"네...?"


아니, 밤잠을 설쳐가며 바리바리 준비해서 왔더니만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듣는 소리가 딜레이, 그것도 24시간 딜레이라니...! 그 불길한 소리를 들은 직후,  아주 스펙타클하고 초-예민한 상황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우선 황급히 줄을 서서 다음 비행편이 있는지 안내를 받았다. 겨우 안내 받은 것이 오후 2시에 출발하는 대한항공의 프랑스 직항편이었다. 프랑스 현지에 떨어지는 시간은 무려 오후 7시. 원래 계획보다 무려 6시간 이상 딜레이 된 셈이었다.


특히 에어비앤비 호스트와 이미 약속을 잡아 놓은 상황이라 당황스러웠으나,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이 방법 밖에는 선택할 도리가 없었다. 비행기 티켓을 다시 끊고, 수화물까지 다 실은 시간이 오전 9시쯤. 나는 여행 시작 초장부터 녹초가 되어 버렸다.


항공사 측에서 죄송하다는 의미로 건넨 만 원짜리 푸드코트 티켓 두 장으로, 불어터진 라볶이와 김밥, 콜라를 섭취했다. 그리고는  의자 귀퉁이에서 코를 골며 잠에 곯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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