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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oise May 08. 2017

8 rue du sabot

언젠가 내 선택을 바꿀 수도 있을 그때의 경험



파리에 온 뒤 내 생활 패턴은 180도 달라졌다.

매일 아침에 출근을 해서 하루 종일 컴퓨터를 하고 저녁에 퇴근을 했던 생활은 완전히 끝났다. 파리에 온 뒤로는 그야말로 눈 뜨자마자 '오늘은 어떻게 쉴까' 궁리하는 게 일과가 되었다. 게다가 일어나는 시간도 점점 더 늦어졌다. 왜인지, 방음도 잘 안되고 생각보다 작은 파리의 숙소였지만 내 집처럼 정이 들기 시작했다는 것도 큰 변화 중에 하나였다. 정말 신기하게도, 서울에 두고 온 내 집이 그립다는 생각은 단 1초도 들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하나, 아침 공기를 마시며 길을 걷는 게 참 상쾌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비록 추위는 비슷했지만, 그 추운 공기조차도 파리에서는 상쾌하게 느껴졌던 셈이다. 지하철을 타는 것도, 버스를 타는 것도 익숙해졌다. 버스를 타면 센 강을 지나 루브르 박물관까지 파리의 풍경을 창문으로 만끽할 수 있다는 게 좋았고. 지하철은 뭐, 워낙 헷갈릴 일도 없고 미어터질 듯한 인파와 함께 '지옥철'을 경험한 적도 없기 때문이었다.



매일매일, 어디를 가고 무엇을 보고, 또 어떻게 쉴까 고민하면서 여유라는 게 생겼다. 무언가 조급해하지 않아도 되고, 내려놓을수록 더 마음이 든든해진다는 것도. 그리고 구글 맵만 있으면 길치인 나도 어느 정도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도. 어디에도 소속돼 있지 않은, 그냥 '여행자'라는 신분도 꽤 매력 있다는 것도 새롭게 깨달았다.



사실 이 작은 생각의 변화는 나만 느끼는 것일 테지만, 사소한 변화가 나중에 내 인생에는 나비 효과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행에서 느꼈던 경험을 통해 내 사고방식이 조금은 바뀌게 되었고, 그 바뀐 생각을 바탕으로 어떤 중요한 선택을 a에서 b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그나저나 사진 정리를 하면서 다시 내가 머물던 작은 스튜디오 사진을 보니, 또다시 그곳이 그립다. 지금쯤은 누가 저기에서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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