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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oise Sep 06. 2017

엄마와 떠난 캄보디아  

투닥투닥 출국 준비  

지방에 사는 엄마가 이번 여행을 위해 내가 사는 곳으로 올라왔다.

한 두 달 전부터 준비했던 여행이었던가? 무심코 '해외여행이나 가보자'며 엄마가 툭 던진 말이 왠지 가슴에 꽂혔다. 어느덧 나도 사회생활을 한 지 4년 차인데, 그래 까짓 거 휴가 때 엄마랑 오붓한 여행 정도는 괜찮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직업 특성상 스케줄이 언제 어느 때 바뀔지 몰라, 혹시 여행에 차질이 생길까 전전긍긍하기도 했으나 아무런 차질 없이 잘 진행됐다.

아무래도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하기에는 동남아가 가장 만만하다. 거리도 비교적 가깝고, 싼 값에 고급 리조트나 식당도 이용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생각했던 후보는 베트남과 태국이었다. 하지만, 정말 왜인지 모르게 앙코르와트에 꽂혀 버렸다. 엄마한테 캄보디아를 얘기하니 흔쾌히 좋다고 했다. 비행 편이 오후 늦은 시간밖에 없어 약간은 아쉬웠으나, 3박 5일로 계획을 해서 출국은 오후 7시 15분, 입국은 오전 6-7시로 지정했다. 토요일 저녁에 출국해서, 화요일에 밤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는 수요일 아침에 떨어지는 일정이었다.



항공권은 와이 페이 모어에서 결제했다. 저가항공 치고 좌석 넓이도 괜찮고 깔끔하다는 에어 서울을 선택했다. 가격은 둘이 합쳐 90만 원 대. 항공권을 속전속결로 결제하고, 그다음은 묵을 숙소를 고르는 게 일이었다. 사실 이때껏 배낭여행만 다녀봤지, 호텔이나 리조트에 묵으면서 '휴양'을 즐겨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괜히 더 설렜다. 아주 하루 온종일 아고다 앱으로 호텔을 검색하고 후기를 들여다본 것 같다.


내 선택지는 총 세 가지였다. 하나는 위치도 최고, 시설도 좋지만 가격이 비싼 파크 하얏트. 두 번째는 시내 중심가에 위치해 있고, 가성비가 좋다는 골든 템플 레지던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크고 아름다운 수영장과 퀄리티 있는 조식으로 유명한 사라이 리조트. 처음에는 씨엠립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골든 템플 레지던스를 선택했다. 평이 굉장히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 자꾸 변덕이 생겨, 결국 사라이 리조트를 선택했다. 마지막까지도 파크 하얏트를 갈까 고민했으나, 결국 엄마의 만류로 사라이 리조트 트윈 베드룸으로 정했다. 마침 비성수기라 그랬는지, 가격이 꽤나 괜찮았다. 1박에 6만 원 대로, 총 3박에 20만 원 초반대로 결제했다.



여행의 큰 틀, 항공권과 숙소는 클리어했고 이제 남은 일은 바로 툭툭 기사를 구하고 여행 정보를 얻는 일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과 비슷하게, 나도 여행자 정보 커뮤니티 태사랑에서 이것저것 찾아봤다. 그리고 서점에서 앙코르와트 홀리데이라는 책도 한 권 사서 정독했다. 앙코르와트와 앙코르 톰에 대한 ebs 다큐도 집중해서 봤다. 툭툭 기사는 한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툭툭 기사 따비로 정했다. 인기가 많아서 예약이 힘들 것 같았는데, 다행히 내가 원했던 3일 일정 모두 가능하다고 했다. 툭툭 기사도 컨택 성공!


이제 마지막으로 코스를 생각해 봐야 했다.

보통 캄보디아는 소순회와 대순회 코스로 나뉘는데, 나 같은 경우에는 이틀 내내 유적만 보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 중간에 톤레삽 호수와 근교 벵밀리아 사원에 가는 일정을 끼워 넣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첫째 날 ) 소순회 코스. 오후 12시 40분 시작 // 툭툭 (15달러)

둘째 날 ) 벵밀리아 사원+톤레삽 호수+맹그로브 숲 쪽배, 오전 8시 시작 // 자동차 (75달러)

셋째 날 ) 대순회 코스+실크 샵, 오전 9시 시작 // 자동차 (45달러)


이렇게 계획을 잡았다. 나머지는 여행을 가서 틈틈이 조율하고, 가고 싶은 곳만 몇 개 체크해 놓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맛집이나, 가고 싶은 샵, 마사지 등을 검색해서 적어놨다.


출국 하루 전에는, 에어 서울 앱을 깔아서 온라인 체크인도 완료했다. 온라인 체크인을 해서, sms로 QR코드를 받으면, 굳이 실물 표를 따로 발권받을 필요가 없다. 좌석도 집에서 편하게 지정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굉-장히 수월했다. 우리는 일부러 기내용 캐리어에 10킬로가 넘지 않도록 정리해서 가져갔기 때문에, 카운터에 들를 필요가 없어서 굉장히 순조로웠다.


수속을 다 밟고, 면세점에서 한참을 구경했다. 면세점이야말로 시간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하는 마법의 공간이다. 그리고 평소에 살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본 것들도 괜히 눈에 밟히게 만든다. 엄마랑 나는 선글라스를 한참 봤는데, 내가 전부터 사려고 했던 레이벤 선글라스가 싹- 다 품절이었다. 대신 엄마가 다른 모델을 쓰고 마음에 들어해 하나 장만했다.

한참 구경하고, 배가 고파서 쌀국수도 하나 사 먹고.. 잠바주스에서 망고 고고도 하나 사 먹었다. 탑승동으로 이동해서 다리도 쉬일 겸 한참 앉아 있다 보니, 6시 48분경 게이트가 열렸다. 비행기를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로 날아올랐다. 언제나 긴장되는 이륙시간... 그 흥분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아무래도 비행 공포증이 있나 보다. 게다가 좌석을 잘못 지정해 날개 바로 옆이라 무지 시끄러웠다. 그래도 이제 꿀맛 같은 휴가의 시작이라 생각해서 그런지, 기분이 금세 좋아졌다. 엄마랑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고, 맥주에 땅콩과 감자칩을 시켜서 수다를 떨며 먹었다. 여행의 시작, 모든 게 순조롭고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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