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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oise Feb 26. 2019

방송작가협회 교육원  58기 기초반  

만만하게 보다간 큰 코 다친다!

어느덧 교육원에 다니면서 해가 바뀌었다. 

10월에 방송작가협회 교육원 [드라마 아카데미] 과정 58기로 지원서를 들이밀었고, 

어떻게 면접을 보고 감사하게도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엄청 떨면서 면접을 봤던 기억이 난다. 

내 돈 내고 수업을 배우겠다는데, 설마 떨어지기야 하겠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엄청난 인파가 몰려 탈락자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잠이 안 올 정도였다. 


면접 당일, 깨끗한 흰색 폴로셔츠를 내 행운의 부적 삼아 입고 갔더랬다. 

심지어 내 이름이 제일 첫 번째로 호명됐고, 안으로 들어가니 다섯 분의 현직 드라마 작가님들이 

매의 눈으로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 어느 자리에 앉았다. 질문은 대충 이랬다. 


- 왜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냐? 

-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가 무엇인지?

- 현재 방송작가로 일하는 중인데, 방송작가는 어떻게 하게 된 건지? 


다행히 나를 면접 봐주신 작가님은, 마지막에 

내가 쓸 드라마가 기대된다며 용기를 북돋아 주셨고, 그 말에서 나도 모르게 '합격이구나' 하는 

묘한 예감에 사로잡혔었다. 




11월의 어느 목요일이던 수업 첫날, 동기들과 선생님과 떨리는 만남을 했던 날이다. 


"여러분, 드라마 아카데미 계의 SKY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우스갯소리였지만, 나는 그때 동기들의 빛나는 눈동자를 보며 깨달았다. 

모두 드라마 작가라는 꿈을 향해, 전력 질주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에 비해 나는?

'마침 보도국에서 일하는 만큼 오후 시간이 좀 여유로우니...

그동안 꿈만 꿔 왔던 드라마에 대해서 한 번 배워 보자' 정도였달까...? 



배우는 과정은 절대 녹록지 않다.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 반 남짓 진행되는 수업일지라도, 

너무나 깊숙하고 방대한 수업 내용 때문인지 듣고 나면 온 몸에 기가 빠질 정도다. 


그리고 매주마다 씬 쓰기 과제가 있다. 말이 쉽지 매주 어떤 상황을 그려 내고, 

수업 시간에 배운 용어를 활용해 짧은 장면을 그려낸다는 건 '어렵다' 

특히 나 같은 초보에겐 더더욱... 


몇 주 간의 수업이 끝나면, 대망의 '합평'이 기다리고 있다. 

그간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70분짜리 단막 한 편을 완성해 내고, 

동기들의 평가를 듣는 것이다. 이 합평으로, 내가 다음 반으로 진학해 수업을 들을 수 있을지 말지가 결정된다. 


한 마디로, 다음 단계로 가려면 합평이라는 과정을 무사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제가 주는 중압감이 실로 어마어마하다. 

어느 정도냐면, 한창 스카이캐슬에 빠져 본방을 목숨 걸고 사수할 당시, 

재밌게 보다가도 3초에 한번씩, ' 저 작가는 천재다. 나는 뭘 쓰지? 난 어떡해야 되지? ' 이 생각을 했다. 


실제로 몸무게가 빠지진 않았으나, 

내 '체감상' 영혼의 몸무게가 최저치를 찍을 수준이었달까. 

저녁에 세수를 하려고 거울을 보면, 왠지 모르게 스트레스로 볼이 푹 꺼진 느낌을 받을 정도...? 




뭐 어쨌든, 이왕 시작한 거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게 인지상정이다. 

방송작가교육원은 단순히 취미로 글쓰기를 배우는 공간은 '절대' '네버' 아니다. 

모두가 치열하게 꿈을 이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곳이고,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중압감, 부담감, 열등감... 이 모든 것들을 감당해야 한다. 더불어, 내 첫 처녀작을 쪽팔림을 무릅쓰고 삼십 명이 넘는 동기들에게 낱낱이 보여줄 용기도 필요하다. 


사실 나도 아직 합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부담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게 인생 경험이라 생각하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남는 게 있을 거라.. 스스로 도닥여 본다. 


돌이켜보니, 19살 때 한예종 입시 시험에서 말도 안 되는 극본을 휘갈긴 이후, 

정확히 10년이 지났다. 참...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말이다.


그 언저리를 맴돌며 뭔가 쓰려고 아직까지도 비비적거리고 있는 걸 보면, 

글쓰기 흉내라도 내면서 먹고살라고 하는 신의 뜻인가 싶기도 하다. 


그래, 인생 뭐 있나. 안되면 마는 건데, 안 해보긴 아쉬우니까 해 보는 거지. 



제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이곳에 당당히 졸업 후기를 남길 수 있길 기대해본다. 

합평이 무사히 끝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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