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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oise Mar 04. 2019

내 생애 첫 '대본'

발로 써도 뿌듯하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내 합평 날이 다가오기 때문이었다. 

1차로 쓴 대본을 같이 듣는 동기님에게 보여줬더니, 보석 같은 의견들을 마구 쏟아내주셨다. 연필로 하나하나 줄 쳐가며 꼼꼼히 읽어봐 주셔서 참 고마웠다. 암튼 1차 대본에 대한 결론은, 너무 서브플롯이 빈약하다는 것. 그리고 그걸 알아차렸을 땐 이미 합평 날이 딱 일주일 남은 시점이었다. 


그 뒤로, 시간의 상대성을 뼈저리게 느끼며 한 주가 지났다. 한동안 카페에 작업을 한답시고 3시간 이상 있어 본 적이 없는데, 마무리하는 날엔 내리 7시간을 카페에 죽치고 앉아 열중했다. 나에게도 이런 집중력이 아직 남아있었구나... 스스로가 장했다. 


합평 대본을 내고 나니 '일단은' 마음이 후련하다. 물론 발표날, 채찍을 맞고 날카로운 비평을 말도 듣겠지만, 어쨌든 완성을 한 것 아닌가! 내 생애 '첫 대본'을 가지게 된 것이다. 2019년 초부터 이런 결실을 맺는다는 게 내심 뿌듯하고 스스로가 자랑스럽기도 하다. 


그리고, 내 첫 자식인 요놈이 참 좋다. 부족하고 모자람 투성이지만, 이래저래 머리를 굴리고, 끊임없이 고민하다 보니 내가 만든 캐릭터들에 정이 생긴 건가. 사실 얼마간은 만성 소화불량에 두통까지 달고 살았다. 이거, 이렇게 하다가는 골로 가겠다 싶을 정도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친구 놈 중 한 명은, "너는 스트레스를 하도 받아서, 드라마 작가가 돼도 문제다" 라며 걱정을 하기도 했다. 내가 봐도 그렇다. 이놈의 예민한 성격 탓에, 신경 쓸 일이 생기면 도통 소화가 안된다. 것도 어릴 땐 덜했는데, 나이 한 살씩 더 먹어 갈수록 소화 능력이 훅, 훅 떨어진다. 아, 슬프다. 


고작 70분짜리 단막극을 쓰는 게 이리도 힘든 일인 줄, 정말 몰랐다. 세상의 모든 드라마 작가들은, 아니, 모든 창작자들은 단언컨대 위대한 '위인'이다. 내가 과연 그 반열에 들 수 있을까. 아니, 들 거라고 믿자! 오늘도, 나 자신을 믿으며 묵묵히. 그렇게 '쓰는 삶'을 실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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