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생산성의 비밀
주말을 맞아 공연을 보고 나오는 길이다. 현대무용 공연이라서 처음에는 조금 난해한 감도 있었지만, 작품 설명과 함께 무용수들의 몸짓에 숨어있는 의미를 나름대로 해석해 보는 재미가 있었다.
혼자 일하는 시간이 많은 재택 프리랜서에게, 적절한 휴식과 딴짓은 매우 중요하다. 출퇴근이나 별도의 사무실도 없고(서재 겸 사무실로 쓰는 방이 있긴 하지만), 내가 안 왔다고 혹은 일을 안 한다고 뭐라 하는 상사나 동료도 없기에 모든 것이 자율적이고 자발적이란 점이 큰 장점이다. 하지만 반대로 일과 삶, 작업과 휴식 사이의 명확한 경계가 없고, 별도의 휴가(유급휴가는 말할 것도 없다… 또륵)도 없다. 그렇기에 중간중간 알아서 잘 쉬고, 일상의 루틴을 잘 만들어 놓지 않으면 워라밸이 와장창 무너지기 쉽다. 또, 일부러 약속을 잡거나 가벼운 산책이라도 나가지 않으면 하루 종일 햇빛 한번 못 보는 날도 있다.
그래서 별다른 일이 없어도 하루 한두 시간씩은 꼭 가벼운 산책으로 만보를 채우고, 아침에는 요가와 필라테스를 하는 루틴을 만들었다. 또, 악기와 제빵도 배우고 다양한 공연도 찾아다니며 새로운 자극을 주려 한다.
얼마 전 조승연 씨의 유튜브에서 <히든 포텐셜>이라는 책의 저자인 와튼스쿨 종신교수 애덤 그랜트와 진행한 인터뷰를 봤다.
우리가 생산성에 관해 흔히 갖는 “4당 5 락”의 신화가 과연 정말 그러한가에 관한 것이었다. 피아니스트 요요마, 운동선수들의 사례 등을 이야기하며 오히려 적절한 휴식과 회복이 중요함이 스포츠 영역에서는 오래전부터 인식된 데 반해, 사무직을 비롯한 다른 영역에서는 인간의 생산성과 잠재력을 기계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보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 골자였다. 산업혁명을 거치며 24/7으로 돌아가는 기계처럼 인간의 생산성 역시 시간에 비례하리라 여긴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기계가 아니기에, 그런 식으로 일할 수 없다.
실제로 뇌과학 분야에서도 인간이 휴식을 취하는 동안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면서 창의력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었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란 뇌가 아무런 인지적 활동을 하지 않을 때 사용되는 영역을 의미하며, 기본값이란 뜻에서 ‘디폴트 모드’라는 이름이 붙었다.
예전에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에서 가수 크러쉬가 멍 때림 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모습이 방영된 적이 있다. 이렇게 멍을 때리거나 풍경을 바라보는 것, 불멍 등은 우리 뇌에 휴식을 주고 새로운 활동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준다.
나의 경우에는 산책하며 주변의 경치를 바라보거나 요가를 하는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사바 아사나(송장 자세- 온몸에 힘을 빼고 휴식을 취하는 자세)를 하며 뇌를 쉬어주는 편이다.
또, 오늘처럼 이따금씩 공연이나 전시를 보며 새로운 영감을 얻기도 하고, 유튜브나 영화, 드라마 등을 통해 글감이나 교육 때 활용하면 좋겠다 싶은 재료들을 얻기도 한다(애덤 그랜트의 인터뷰 내용도 언젠가 써먹을 생각이다).
다양한 인풋이 있어야 더 좋은 아웃풋도 나올 수 있고, 적절한 쉼이 있어야 더 오래, 멀리 달릴 수 있다. 매너리즘과 번아웃 예방을 위해서라도 이런 ‘딴짓’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니 이제부터, 좀 더 당당하게 놀아보자. 주변 누군가, 혹은 내면의 자아가 ”너 지금 노는 거 아니야? “라고 질책하는 목소리가 들린다면 ”응 아니야, 노는 게 일하는 거야. “라고 말해주자.
그럼, 가열차게 노는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
https://youtu.be/2ixJ_gR1svY?si=pIbMQc8YjQYSzQk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