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지 않는 기억과 후회의 기록, 관계의 연결성과 변형-
'옷소매 붉은 끝동' 이후로 팬이 된 이세영 배우의 새로운 작품인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나이가 들수록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마다 마치 내 얘기인 것 같고, 지난 일들이 떠오르는 건 나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현상이 아닐까 싶다. 5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서로를 잊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와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 미안함과 고마움, 서로에 대한 이해를 보며 나 역시 지난 인연을 떠올려보았다.
사랑은 지난 후에야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는 남자 주인공의 말이 깊은 울림을 남기며, 관계의 다양한 측면에 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리고 서툴렀던 시절들,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지 못했던 나의 미숙함과 여전히 풀리지 않은 오해나 궁금증들. 한 때는 나 역시 지난 인연을 붙잡고 그때 왜 그랬는지 물어보고 싶기도 했고, 누군가에게는 어린날 미성숙했던 내 모습과 서로의 부족함을 이야기하며 묵은 오해를 풀고 과거를 흘려보내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어떤 것은 아직 미해결과제 남아있기도 하고, 어떤 것은 이제 완전히 하나의 전체로 통합된 게슈탈트로 형성되어 전경에서 비로소 배경으로 보내줄 수 있게 되기도 했다. 그리고 미해결과제로 남아있던 그 의문은, 이제는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 더 이상 묻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저, 그 시절 나와 상대방 모두 어리고 미숙해서 서로를 더 이해하지 못했음을 이제는 이해하게 되었을 뿐이다. 한때는 그리움이었고, 또 언젠가는 후회와 미련이었고, 이제는 추억으로 새로이 명명할 준비를 하면서.
꼭 연인 사이가 아니더라도 살면서 맺는 많은 관계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오해하기도 하고, 변해가기도 하고,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나 그리움, 미련, 미안함 등을 품고 살아가기도 한다. 관계라는 것이 늘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지는 않는다는 것, 상황이나 시간, 나와 상대방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지난 시간을 조금 더 너그럽고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