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갈림길의 외장하드에게 배운 삶
사람은 살아감 속에서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하고 발견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인간의 삶이고, 나이를 먹어가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성장입니다. 삶 속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또 그것을 유지하거나 혹은 증폭시켜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어쩌다 발견하게 되는 가치나 진리 같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들을 발견하는 데는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책을 읽거나, 직접 무언가를 습득하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만의 가치나 진리를 발견합니다. 어쩌면 이것들은 수동적인 경험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자연스럽게 인생의 진리나 가치를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건 정말 놀라운 발견이 되고 나의 인생을 단단하게 만들어줄 가장 강력한 인생철학이 됩니다.
불과 얼마 전 있던 일입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이 어떤 것인지 발견했습니다. 그 상황을 마주했을 땐 그게 어떤 의미인지 어떤 것인지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그 상황 속에 있으며,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됐습니다.
제게 일어난 일은 바로 약 5년 이상 사용한 4TB짜리 클라우드 외장하드의 전원이 들어오지 않으면서 시작됩니다. 제 외장하드는 클라우드형 NAS 외장하드로 온라인으로 서버 연결이 가능하여 어디서든 사용이 가능한 외장하드입니다. 외장하드를 사용하다가 갑자기... 위치를 이동해주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오랜만에 먼지를 털고, 외장하드위치를 변경하려고 전원을 끄고, 어댑터를 뽑고 자리를 이동했습니다. 분명 1-2분 전까지도 잘 사용했던 클라우드 외장하드가 연결이 되지 않는 게 아니겠어요. 외장하드를 보니 전원 LED자체가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기계가 가동되는 소리는 들리는데...
그때부터 멘붕에 빠졌습니다. 그 안에는 제가 근... 15년간 일해온 모든 작업물들과 여행하며 기록한 사진, 기록물들, 공부자료, 일상 사진들이 있었어요. 갑자기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고, 심장이 두근거렸어요. 나의 15년이 날아간다는 생각에요. 일단 그 외장하드를 고쳐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바로 다음날 서비스 센터에 연락을 해서 상황 설명을 하고 서비스 센터에서 안내해 준 방법을 해봅니다. 어댑터를 새로 사서 껴봅니다. 하지만, 역시나 전원 LED등엔 불이 안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문의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이미 오래된 모델이라서 수리가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그때 2차 멘붕을 겪습니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봅니다.
전 문제가 발생하면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를 먼저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생각한 선택지는 1) 아무리 생각하여도 외장하드 문제가 아닌 것 같고, 전원의 문제인 것 같다. 내가 생각한 방법을 써본다. 2) 안되면 사설수리업체를 생각해 본다. 3) 만약, 정말 안된다면 난 이 외장하드의 데이터를 포기한다. 이렇게 여러 가지 선택지를 두고, 제가 생각한 방법대로 외장하드를 고쳐보기로 합니다.
여러 선택지를 생각하면서부터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외장하드 데이터를 포기한다'라는 선택지를 두고 그때부터 내가 포기가 가능한 데이터 들인 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요.
일단 바로 떠오른 건, 행복이 사진(8년 전 떠난 강아지 동생), 여행 사진, 그간 일해왔던 작업데이터였어요. 그 밖의 것들은 크게 떠오르지도 않고, 생각나더라도 바로 포기가 가능했어요. 그리고 떠오른 데이터들의 순위를 매기게 되었어요. 가장 후회하게 될 데이터는 바로 행복이의 사진이더라고요. 여행사진도 작업데이터도 너무 아깝지만, 그냥 잊고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행복이 사진이 없어진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고 숨을 쉴 수 없는 고통이 느껴졌어요.
어쩌면 외장하드의 생사의 갈림길에서 제가 발견한 게 제 진심이자, 제 삶에서 중요한 것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그냥 생각하면 너무 중요하고 소중한 게 많아요. 삶을 여유 있게 해 줄 돈도 중요하고, 내 주변의 사람들도 중요하고, 내가 하는 일도 너무 중요합니다. 그리고 내가 갖고 있는 물건이나, 내 재능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중에 가장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요?
우리는 잃음을 통해서 중요함과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이별을 통해, 상실을 통해 고통을 느끼고 그것이 내게 얼마나 소중했음을, 중요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근데, 그전엔 그 소중함과 중요함을 빠르게 알지 못해요. 너무 일상 속에 있고, 가까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번 외장하드의 망가짐을 통해, 상실의 고통을 느끼게 한 것이 무엇인지 발견했어요. 내가 절대 잃고 싶지 않은 것, 내가 다신 잃고 싶지 않은 것. 그게 무엇인지요. 이미 행복이는 8년 전에 무지개다리를 건넜지만, 행복이에 대한 기억을 내 머릿속으로만 추억한다는 게 가슴이 아린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행복이의 사진 파일을 잃게 될 때 나는 어떤 마음으로 준비를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사진 파일이 없어진다는 게 저에겐 행복이와 다시 이별을 한다는 느낌으로 다가오더라고요. 그래서 행복이라는 존재가 내게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지 알게 되었어요.
내 인생의 우선순위기 나의 커리어나 나의 즐거웠던 순간보다는 나의 시간을 함께 했던 소중한 가족, 내 동생 행복이라는 걸요. 그래서 다시금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다시 한번 가족에게 소중함을 전하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옛날에는 사진을 인화해서 사진첩을 만들었죠. 자주 들여다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손쉽게 사진을 찍고, 핸드폰이나 노트북에 폴더를 만들고 사진을 모아둡니다. 그게 나의 즐겁거나 소중한 순간을 기록합니다. 그렇듯 순간의 기록은 쉬워졌습니다. 데이터라는 형태로요. 그러니 그 데이터를 보관하기 위해 우리는 수많은 저장매체를 사용하죠.
자 이제 상상해 보세요.
지금 당신의 모든 순간이 기록된 저장매체가 있습니다.
이 저장매체의 수명은 1시간 이후 종료됩니다.
당신이 데이터를 다른 곳을 백업할 수 있는 시간은 단, 1시간입니다.
즉, 모든 데이터를 옮길 수 없습니다.
당신은 그 수많은 순간들 속에서 어떤 것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남겨둘 건가요?
그 남겨진 데이터는 어떤 파일인가요? 사진인가요? 기록인가요? 작업물인가요? 무엇인가요?
그 안에 무엇이 있나요? 나의 커리어 기록인가요? 가족사진인가요? 혹은 나의 일기 같은 것인가요?
당신이 백업하고 오래도록 남겨두고 싶은 것이 바로 당신이 중요하고, 소중하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데이터가 많아진 세상, 전화번호를 외우는 일도 없어지고, 수기로 종이에 기록을 남기는 일도 줄고 있습니다. 더더군다나, 사진을 인화하는 일은 더 줄어들었죠. 그러니 어쩌면 내가 하는 기록의 방법이 조금은 라이트 해진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본질과 가치는 절대 불변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삶을 조금 더 가벼운 형태로 기록할 수 있는 것뿐이지, 우리의 인생이 가벼워진 것은 아니니까요. 그러니 가끔은 생각해 보고 되돌아봐야 합니다.
외장하드의 망가짐으로 나를 돌아보고 삶을을 돌아보고 그 안에서 가치를 배웠습니다.
상실의 경험이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오늘 한번 나의 데이터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아! 그래서, 외장하드는 어떻게 되었냐면, 제가 생각한 방법대로 해봤어요. 외장하드 케이스를 구매해서 HDD하드만 따로 넣고, 컴퓨터에 바로 연결해 봤는데... 역시나 클라우드용으로 사용되던 외장하드라서 시스템 읽히는 방법이 달라서 무조건 포맷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왔어요. 그래서 외장하드를 고치는 동안 했던 생각을 정리해서, 외장하드를 포맷하고 파일을 복구해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외장하드의 데이터를 모두 잃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요. 다행히 파일 복구 프로그램을 활용하니, 복구되는 파일들이 있더라고요. 의외로 삭제했던 데이터들까지 모두 복구되는 느낌?! 하지만 전체를 다 복구하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일부 파일들은 복구를 해도 망가진 상태라서 되지 않는 것들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과감히 15년 동안 일했던 파일, 워드 같은 파일, pdf파일... 모두 포기하고, 딱 하나... 행복이 사진만 찾아서 복구했습니다. 외장하드가 막 망가졌(?)을때는 파일들을 어떻게 하지, 내가 일해온 모든 것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고, 허탈하고 했었는데, 시간을 가지고 나름의 마음을 정리하니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어쩌면 너무 꽉꽉 채운 데이터들도 정리가 필요했던 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됐습니다. 삶에는 어느 정도의 편집과 소거가 필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의 삶에서도 정리를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