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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연 Apr 17. 2024

당신의 상사는 누구인가요? 2편

통제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 1편 먼저 보기<<


나는 내 상사인 ‘내’가 시킨 일들을 잘 해내야 한다. 하지만, 가끔 꾀가 나기도 하고, 갑자기 예상치 못한 일을 하게 되는 날이면,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그래서 자주 나를 다그치기도 한다. ‘왜 못했어?’, ‘할 마음은 있었던 거야?’, ‘여기가 남의 회사라면 그렇게 했을 거야?’… 등등. 내 시간을 지키고, 내 삶을 지키기 위해 자문자답하며 반성한다.


혼자서 일을 하게 되면, 아주 작은 미루기가 시작된다.


이 작은 미루기는 삶에 위협으로 다가온다. 한 번의 미루기가, 두 번의 미루기가, 그렇게 지속되다 보면 미루는 일에 대해 무감각해지게 된다. 미루는 습관을 이야기할 때 나오는 팀어번의 순간적 만족감 원숭이가 떠오른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영상을 짤로라도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출처 : TED - 팀어번, 하는 일을 미루는 사람의 심리 중


‘과제는 다음 주까지니까, 오늘은 쉬어야지.’, ‘마감일은 00일까지니까 지금 넷플릭스 봐야지.’ 등… 원숭이는 미리미리 할 생각이 없다. 항상 당장 즐겁고 쉬운 일을 선택한다. 결과적으로는 그 원숭이는 하루 전날, 혹은 마감전에 어떻게든 하고 후회라는 것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도 정해진 목표가 누군가와 한 약속이라던가, 나 혼자만이 하는 일이 아닐 때나 그렇다. 타인이나 다른 것과 전혀 관계없는 나와 나의 약속일 경우엔 이게 더 심해진다. 원숭이는 미친 듯이 폭주한다. 적당히를 모르게 된다. 그래서 내가 정한 나의 마감일을 당연하게 미뤄버리기 일쑤다.


적당히를 모르는 나(원숭이)에게 나의 상사 ‘나’(합리적 의사결정자)의 개입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매주, 해야 할 일을 적고, 매일 해야 할 일을 체크한다. 중간 점검을 한다. 지금 놀고 있는데 괜찮은지 스스로를 감시한다. 나 스스로에 대한 다그침이 원숭이에게서 운전대를 뺏어오는 작은 역할을 한다.


혼자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가장 중요한 것이 스케줄 관리이자 계획을 세우는 일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 원숭이에게 운전대를 빼앗겨 버릴 수 있다. 어딘가 조직에 속해 있다면, 그 운전대를 빼앗도록 돕는 역할인, 타인이라는 조력자가 있을 수 있다. ‘야! 정신 차려! 내일 과제 마감이잖아!.’, ‘00 과장, 내일 미팅 준비는 잘 돼가나?’ 등… 의 역할을 해줄 수 있다. 그러면 지금 하는 걸 멈추고, 현명한 합리적 의사결정자가 미친 듯이 운전을 시작한다.


혼자 일하는 사람은 미루기도 습관화되기 쉽다. 사실 한두 번 미뤘을 때는, ‘에이, 괜찮아. 내일 하면 되지. 다음 주에 하면 되지.’ 등 잠시의 관대함으로 스스로를 위안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게 두 번이 넘고, 세 번이 되고, 네 번이 되고, 점점 쌓여가면 그때부턴 달라진다.

미루기를 티끌이라 생각하면, 그 미루기가 여러 번 계속되면, 작은 모래 더미가 되고, 점차 커져 산처럼 되어버린다. 그럼 그 순간엔 미루기가 더 이상 미루기가 되지 않고, 오히려 통째로 포기해 버리는 것이 쉬워져 버린다.


이것 또한 학습된 무기력*과 비슷하다. 쉽게 설명하자면, 이런 것이다. 새끼 코끼리가 서커스단에 잡혀서, 자기 몸집만 한 말뚝에 발이 묶여있다. 새끼 코끼리는 발버둥 쳐보지만, 쉽게 말뚝이 뽑히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새끼 코끼리는 어른 코끼리가 된다. 어른 코끼리가 된 새끼 코끼리는 이제 말뚝을 뽑을 충분한 힘이 있다. 하지만 작은 말뚝에 발이 묶여 있을 뿐인데도, 더 이상 도망가지 않는다. 오랜 시간 동안 도망쳐보려 했지만, 도망갈 수 없음을 학습한 코끼리는 더 이상 도망가길 포기해 버린다.

즉, 피할 수 없거나 극복할 수 없다는 것에 반복적 노출이 되면, 충분히 자신의 능력으로 극복할 수 있음에도 그 상황을 회피하거나 포기해 버리는 것이다.


미루기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 한두 번 미루는 것에는 경각심을 가지고, 새로운 행동으로 상황을 변화하려고 하지만, 점차 미루는 것이 많이 지면,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혼자서 일하는 프리워커, 프리랜서, 1인 사업가들 일수록 공감할 것이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1인 워커들이 잘 일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철저한 자기 통제력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나’와 한 약속에 대해 지키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 통제도 곧 노력인 것 같다. 그들의 통제 방법을 살짝 엿보자면, 공통분모의 사람들과의 소통을 지속하고 공유하는 것,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 자신의 일과를 기록하는 등이 있다. 이것 또한 나의 상사 ‘내’가 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가끔은 원숭이가 되어버리는 ‘나’를 통제하는 제어 장치가 되는 것이다.


프리워커, 프리랜서, 1인 기업가들의 자기 통제 방법에는
공통분모의 사람들과 소통을 지속하고 공유하는 것,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
자신의 일과를 기록하는 것 등 이 있다.


나의 상사는 ‘나’다. 나의 전담 매니저 또한 ‘나’다.


오늘 상사의 말을 잘 듣고 있는가?

오늘 매니저가 알려준 일정을 잘 수행하고 있는가?

나는 오늘 나와한 약속을 잘 지키고 있는가?



나는 그래서 미루기를 멈추고, 주 1회 글쓰기의 밀린 글을 적어본다.

14주차, 15주차 글쓰기 완료!



*학습된 무기력

학습된 무기력은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의 실험이다. 실험은 다양한 대조군으로 되어 있었고, 그중 학습된 무기력을 경험한 실험에 대해 필자가 작성해 본다. A군의 개를 박스 내에 넣고, 전기 충격을 주는 행동을 한다. 그리고 버튼을 누르면 전기가 멈춘다. 하지만 B군의 개는 처음엔 버튼을 눌렀을 때 전기가 멈춘다. 처음엔 버튼을 누르는 것을 학습시키고, 이후 버튼을 눌러도 전기 충격이 멈추지 않게 한다. 처음엔 개도 버튼을 누르면 전기충격을 멈출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이후 버튼을 눌러도 전기 충격이 멈추지 않게 됨을 안 개는 더 이상 버튼을 누른 행동을 하지 않고, 전기 충격을 그대로 받아들이다.

더 이상 상황을 회피하거나, 새로운 상황이 와도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의지를 상실하게 된다. 이것을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하며, 임상적 우울증과 관련 정신 질환들이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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