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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연 Apr 17. 2024

당신의 상사는 누구인가요? 1편

시간은 금이다?!

“아, 젠장. 또 마감 안 지켰잖아? “

사실 3주 전부터 내가 계속하고 있는 말이다.

나는 아직 사업이라고 하긴 뭐 하고, 그렇다고 논다고도 말하기 애매한…

백수이자, 프리랜서이자, 사장이다.


그래서 내겐 하루가 더 비싸기만 하다. 회사에 가면 적당한 월급이 나오지만, 나에겐 그 어느 누구도 돈을 주지 않는다. 대신 나 스스로 하루라는 시간에 대한 값어치를 하며 살아가려고 한다.


“시간은 금이다.”


회사를 다닐 땐, 마주해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하루에 8시간을 일하면 된다. 엄청 쉽다. 나 자체가 아닌 타인을 마주하면 되고, 내 일이 아닌 회사의 성장을 돕는 일을 하면 된다. 그럼 그 하루가 굉장히 꽉 차있는 느낌이 든다. 내 시간은 타인과 회사일로 가득 찬다. 퇴근 후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거나, 취미 생활을 하거나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완벽할 정도로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산다. 나도 이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존경스럽다.

내게 시간은 금이다. 유일하게 나에게 주어진 자산이다. 그 자산을 매일매일 헛되이 써버리는 건 너무도 아깝다. 사실 시간이 금이라는 말은 중국 송나라 시대의 시인, 소동파의 춘야행이라는 시에서 봄밤의 한 시각의 풍경이 천금보다 더 아름다워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사자성어로는 일각천금, 一刻千金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일각의 순간이 천금과 같다는 비유이다. 아름다운 그 순간이 천금이라면, 내가 지금 있는 이 시간 또한 마찬가지이다. 인생의 매 순간이 누구에게나 천금과 같을 테니 말이다.


나는 그렇게 완벽하지 않다.


난 회사 일을 너무 지나칠 정도로 나와 동일시 여기는 사람이었다. 그러기에 저녁이 되면 뭔가 할 힘도 없이 소진되어 버린 내가 있었다. 집에서 오면 바로 소파에 누워 리모컨을 돌리거나,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회사에서 월말이 되면 월급이 들어오고, 생활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었다. 나에게 집중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더라도 생활에 타격은 없었다.


완벽하지 못한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나에게 집중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회사를 퇴사하고, 퇴직금과 모아둔 돈으로 내가 원하는 가치를 만들고자 시간과 나에게 투자를 했다. 그 돈은 약 6개월간 나를 버티게 해 줬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의 샘플 제작비, 교통비, 생활비 등에 다 써버리고, 2024년을 맞이했다. 2024년의 나는 정말 텅텅 빈 통장과 함께 내던져졌다. 아마 많은 프리워커, 프리랜서, 개인 사업자들은 나 같이 한 번쯤 빈 통장과 내던져져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돈이 생기면 또 투자하거나 써야 할 곳이 생겨버리니까 말이다.


내게 주어진 건 텅 빈 통장과, 나의 가치를 이루고자 하는 욕구,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욕구는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내면의 에너지이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이론을 보면, 최상위에 위치한 것이 자기실현 욕구이다. 인생의 의미를 찾고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최상위 욕구라고 이야기했다. (매슬로우는 추후에 자아실현 욕구를 넘어서 자아초월 욕구-이타심, 아가페-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약간 모순적이게도, 나에겐 자아실현 욕구 하단의 욕구들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굶거나, 당장 생활을 못하거나 하는 극심한 상태는 아니기에 이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부모님의 보살핌 아래 있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의 도움이 있어, 현재 내가 도전하고 싶은 것들을 시도해 볼 여력이 되는 것 같다. 현대 사회는 과거와 달리 먹고사는 문제가 주가 아니게 되었다. 아마 먹고사는 문제가 인간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적 필요였다면, 지금은 먹고사는 것이 욕구의 범위로 들어오게 된 것 같다.

어찌 되었던, 나에게 주어진 여력이 헛되지 않도록, 나는 시간을 더 잘 쓰고, 유의미하게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그래서 매일매일 하루 동안 챙겨야 할 일들을 적고, 최선을 다해 그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려고 노력한다.


누군가는 노력하는 것보다 잘하라고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누군가는 멍청한 짓을 하고 있다고도 말한다.

누군가는 내가 하면 너보다 잘할 수 있다고 한다.

누군가는 ….


그건 누군가의 이야기 일뿐이다. 내 상사는 ‘누군가’가 아니다.

내 상사는 ‘나’다. 내 매니저는 ‘나’다.


>> 2편에서 계속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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