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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송 송환구 Jan 25. 2018

병원컨설턴트 닥터송 이야기-1

1. 첫만남

하루 종일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아침부터내리던 비는 그칠 줄을 몰랐다.

"한잔 더 하러 가시죠~" 

평소 알고 지내던 원장님과의 술자리는 이렇게이어지고 있었다. 원장님은 조그만 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치과의사였다.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경영하는 치과 이야기가 나왔다.

"예전에는 운영이잘 되었는데 요새는 전만 못해" 

원장님은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잘은모르지만 근심이 이만 저만이 아닌듯 했다.

"뭐 내가 좀 더열심히 하면 되겠지"

"어떻게 열심히 하실껀데요?" 

호기심인지 따지는 버릇인지 알 수 없지만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일을 나는 케물었다. 

"글쎄..." 

입이 무거운 원장님은 좀처럼 말을 하지 않았다. 한참이지났을까 긴 침묵이 지나고 원장님은 입을 열었다. 원장님은 막연하게 조금 더 병원에 신경을 쓰고 노력한다면나아질 거란 이야기를 했다. 처음부터 이야기를 들어보니 원장님은 몇 달 전 사고로 어깨를 다쳤다고 한다. 이 사고로 한동안 병원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환자를 보지 못해 병원문을 열 수 없었다. 한 달 정도 병원문을 닫았다가 다시 영업을 재개하였으나 이후 병원을 찾는 환자의 수는 급격히 줄었다. 원장님은 그래도 그럭저럭 운영되던 병원이 어깨를 다친 것을 계기로 만만치 않은 타격을 받게 되었다고 말했다. 어깨를 다쳐 병원문을 잠시 닫아둔 탓에 환자가 많이 떨어져나갔다는 것이다. 이러한이유로 최근 치과의 재정 사정이 급속히 나빠져 직원들도 하나 둘 내보내고 원장님은 치과 문을 곧 닫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계셨다. 

나는 구체적으로 몇가지 질문을 연이어 던졌다. 

"병원을 대표하는특정 클리닉이 있나요?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통한 온라인 마케팅은 진행하고 계신가요?" 

원장님의 힘든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떠난 환자가 돌아오기 위해서는 조치를 취해야 했다.

“우리 병원은 동네에 있는 의원급이라 강남에 있는 병원들처럼 그렇게 마케팅 같은걸 하지는 않아” 

원장님은 S 대를 졸업한 경험도 풍부하고 실력이좋은 분이었다. 병원에 환자가 없다면 환자들에게 이러한 병원에 강점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 일 것이다. 따라서 홍보나 마케팅을 진행하여 이러한 강점을 알린다면 병원이 안될 턱이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온라인 마케팅 회사를 운영하면서 조그만 식당부터 규모가 있는 회사의 제품들을 마케팅 해본경험이 있었다. 병원의 경우 홈페이지나 SNS 덕에 인기를얻은 블로그 마케팅의 효과가 대단했고, 이는 입소문을 위주로 홍보를 해야 하는 병원의 특성에 잘 맞았다. 또한 음식점도 대표 메뉴가 있듯 병원도 특징이 있는 클리닉을 앞세운 병원이 잘되는 것이 요즘의 추세라는 걸잘 알고 있었다.

일전 식당을 운영하는 지인분에게 간단하게 블로그를 만들어주고 식당의 홍보 자료를 올려주자 식당에이를 보고 찾아오는 손님이 늘어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이용하는 요즘사람들은 검색을 통해 ‘맛집’을 찾고 ‘좋은 병원’을 찾는다. 이러한온라인 마케팅의 효과 때문에 식당에서도 병원에서도 배너광고와 키워드 광고를 하고 블로그를 운영한다. 식당사장님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식당에 대한 후기를 써주는 손님들께 쿠폰 같은 것을 발행하는 것을제안하기도 하였지만 바쁜 와중에 블로그를 들여다보고 관리하는 일이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평생 마케팅 같은걸해봤어야 말이지”

원장님은 마케팅 경험이 전혀 없었다. 마케팅은 다른세계 사람들의 이야기인양 홈페이지를 만든 적도 없고 블로그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계셨다. 나는 치과를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원장님의 말을 듣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창업 후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직원을 하나, 둘 떠나 보내야만 했던 나의 옛날이 생각났다. 처음에는꿈을 갖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후 경영난에 가족같던 직원들을 모두 떠나보내야 했던... 몇 해전 내모습 이었다. 

 “원장님 제가 도와드릴까요? 의료쪽은 경험이 전혀 없지만 경영이나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사업체를 운영해보고 온라인 마케팅도 해봤던 제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의료쪽은 생소한 분야였지만 예전에 음식점을 하던 지인을 도울적에도 그랬다. 병원일은 전혀 모르지만 조직을 운영 하고 광고를 하는 것은 어느 업종에서나 비슷하다.

 “송선생이 도와주면좋지만 급여 줄 돈이 없네. 병원 적자폭이 커져서 있던 직원도 내보낼 상황이야. 이대로 가다간 병원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요새 힘들어”

직원을 내보내고도 병원은 매달 적자였다. 원장님은집에 생활비를 가져다 준지가 오래되었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예전 회사 경영이 안좋아 카드 현금서비스를받아 직원의 급여를 주던 내 생각이 났다. 잠깐의 적자에 하루 아침에 병원문을 닫지는 않겠지만 상황이지속되면 결국 문을 닫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요? 기본급 없이 진행하고 매출이 오르면 저에게 인센티브 형태로 보수를 주시는 것으로요. 지금 병원 상황에서도 제가 부담스럽지않을테고 나중에 매출이 오르면 형편이 좀 나아질테니까 그러면 서로 좋지 않을까요?”

매출이 오르지 않으면 돈을 받지 않는 컨설팅이라. 인센티브형태로 진행하는 광고나 프로젝트는 들어보았어도 컨설팅은 들어본 적이 없다. 최소한 경비라도 건질만한기반이 있어야 하지만 이런 경우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처음 하는 의료 분야의 컨설팅이라 위험부담은많았지만 난 좋은 병원이라면 홍보나 마케팅을 진행하여 반드시 살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야 괜찮지만 송선생 괜찮겠어? 너도 가정이 있고 수입이 있어야 하잖아?”

걱정스런 목소리로 원장님은 물었다.

“병원에서 일을 하면서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을 같이 한다면 충분히 버텨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무실을 정리했지만 기존 거래처에서 종종 연락이 왔다. 많지않은 매출이지만 당분간 버틸 힘은 될 것이다. 난 원장님과 같은 고민을 하는 의사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마케팅과 의료에 만남이라… 새로운 시도가 나쁘지는 않았다.

추적추적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비는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그치지만 사업은 그렇지 않다. 길은 두가지뿐이다. 망하거나 다시금 일어서거나...

 이날 술자리가 어떻게끝이 났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원장님은 경영난에 근심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고 나는 병원이라는새로운 영역에 관심을 가졌다. 그날 이후 얼마 지나지않아 난 병원에 첫 출근을 하게 된다. 그렇게 나는 병원 컨설턴트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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