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어른도 괜찮아 ⑪] 나만의 답을 찾아서
회사를 다니면서 '현타'가 올 때가 있다.
열심히 일했는데 회사가 알아주지 않을 때, 인원이 부족한 '전시 상황'에 익숙해져 그게 평시로 운영될 때, 10년 뒤 내 모습일 선배들을 봤는데 가슴이 답답해질 때. 흔히들 회사는 돈을 주든 꿈을 주든 뭘 줘야 한다고 하지만, 그렇지 못한 곳들도 많다. 그리고 나를 갈아 넣어서 만든 '내 것 아닌 것'을 볼 때 씁쓸함이 느껴지는 순간들은 언제고 찾아온다.
그런 고민과 답답함 끝에 누군가는 회사를 떠나고, 누군가는 그래도 일말의 기대를 걸어본다. '이 부서로 가면 좀 달라질 거야', '이 일을 해보면 괜찮겠지', '이게 진짜 진짜 마지막이다'. 이직을 했던 이들의 뒷모습을 봐도, 답이 단순히 '회사를 옮기는 것'에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어느 회사든 각자의 일장일단이 있는 것이고, 여기에서 답답했던 게 저기 가면 해소되는 대신, 여기에 없던 답답함이 그곳엔 있을 것이다.
SNS를 돌아다녔던 유명한 짤 중에 이런 사진이 있었다.
우린 회사에 100% 다 할 필요가 있다. 회사가 내게 하는 만큼의 100%. 스스로 부끄러워지지 않을 만큼의 100%. 내 모든 걸 갈아넣은 다음 10년 뒤쯤 찾아오는 허무함에 휩쓸리지 않을 만큼의 100%.
어쩌면 회사가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내가 찾는 답은 거기에 없을 수도 있다. 회사를 바꿔도, 내 인생의 상당 부분의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당연한 게 회사가 내 인생은 아니니까. 수십년 전에야 회사와 내가 같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다고 하지만, 요즘엔 그런 경우도 극히 드물다. 대기업은 준 만큼 부려먹고, 중소기업은 주지 않고도 부려먹고, 벤처는 희망 고문에 말라가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회사=나'라는 공식은 사실도 아니고, 노동자에게 득될 게 없다. 회사는 저 달콤한 말로 회사만 알고 충성하는 우직한 일꾼을 얻을 수 있지만, 노동자에게는 눈돌릴 틈 없게 만드는 순진한 말일 뿐이다.
한눈을 제대로 팔아보자. 취미로만 생각했던 일도 해보고, 소액이라도 회사 외 수입을 만들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보자. 돈이 되든 돈이 되지 않든 우리는 회사로부터 '독립'할 필요가 있다. 회사 일로는 딱 '일'인 만큼만 슬퍼하고, 괴로워하자. 회사가 나는 아니니까.
회사에는 우리 인생의 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