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odwind Trio: Flute, Oboe, Clarinet
https://www.youtube.com/watch?v=SWTHN00ulpw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방식으로,
생명은 오늘도 무언가를 살아낸다.
조용히 밀물과 썰물이 오가는 어느 해안의 갯벌.
그곳엔 반짝이는 햇살에 반사된 진흙,
그 진흙 위로 발자국보다 작은 걸음들이 분주하게 찍히고 지워진다.
바로 그 위에서 나는 그들의 세계를 만났다.
농게, 도둑게 그리고 많은 작은 꽃게들,
그 익살스러운 생명들이 펼치는 하루 한 편의 희극.
곡은 클라리넷의 반복적인 리듬으로 문을 연다.
이는 마치 갯벌 가장자리를 조심스럽게 더듬으며 걷는
작은 게 한 마리의 첫 발걸음 같다.
그 리듬은 단조롭지만, 지루하지 않다.
게들이 만들어낸 진흙구슬과 파도 소리의 섬세한 울림을 닮은 그 선율은
어디론가 향하려는 생명의 방향감각을 품고 있다.
그 위로 플루트가 얹힌다.
플루트는 부드럽고 투명한 멜로디로
작고 가벼운 게의 걸음을 노래한다.
그것은 마치
하루치의 햇살을 모두 등에 짊어진 채
갯벌을 가로지르는 생명들의 노래처럼 느껴진다.
곧 오보에가 등장해 플루트를 따라붙는다.
두 악기는 3도 간격으로
마치 장난스럽게 서로를 흉내 내듯 유영하며,
함께 클라리넷의 리듬 위에 춤을 춘다.
이 순간,
음악은 세 마리의 꽃게가 갯벌 위에서
서로를 따라다니며 춤추는 장면으로 바뀐다.
익살스럽고, 분주하며, 어딘가 우스운,
그러나 이상하리만큼 사랑스러운 풍경.
음들이 서로를 주고받으며 점점 그 영역을 확장할 때,
나는 마치 넓은 갯벌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수평선 가까이선 게들의 구애가 펼쳐지고,
집게발은 마치 깃발처럼 흔들린다.
그 리듬엔 경쟁이 있고, 짝을 찾으려는 초조함이 있고,
그럼에도 왠지 웃음이 나는 가벼움이 있다.
클라리넷은 다시 멜로디를 이어받는다.
이제는 누군가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언어로 말하기 시작한다.
꽃게 한 마리가 더 이상 눈치만 보지 않고
자신만의 춤을 추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그들의 춤에서
한낱 동물이 아니라, 어떤 서사와 정서를 보았다.
누군가는 말하겠지.
‘동물의 본능일 뿐’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 본능의 안에서
삶의 유머와 온기,
그리고 아주 작고 깊은 서정을 느꼈다.
Crab on Mud Flat은 그런 마음에서 시작된 곡이다.
작고 하찮아 보이는 생명의 움직임도,
제법 멋진 선율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 곡은 갯벌이라는 무대에서,
꽃게라는 주인공들이 펼치는 한 편의 음악극이다.
그들의 발자국은 음표가 되고,
그들의 몸짓은 리듬이 되어
우리가 잊고 지낸 세계의 일부를 되살린다.
당신이 이 곡을 듣는 동안,
잠시라도 그런 생명의 웃음과,
그 작은 무대 위의 서사를 떠올릴 수 있기를.
그리고 그 풍경이 당신의 입가에
가만히 미소를 남기기를 바란다.
* 아래는 곡을 쓸 때 본 다큐멘터리는 아니었지만 가장 느낌이 비슷해서 첨부해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YqXupxtp6r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