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Y Works

모기 광시곡

극도의 혐오에 대한 연습곡

by Hemio


작곡가의 고백


2025년 10월, 어느 가을 밤

사람들은 착각한다. 모기는 여름의 것이라고.

하지만 진정한 공포는 가을에 찾아온다.

10월의 모기는 다르다.


그들은 겨울을 앞둔 절박함으로 무장했고,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안다.

더 공격적이고,

더 끈질기며,

더 무자비하다.

마치 복수심에 불타는 것처럼.


어느 10월의 밤이었다.

선선한 바람이 좋아 창문을 열고 작업하던 순간,

그 소리가 들렸다.

여름 모기의 느긋한 윙윙거림이 아닌,

절박하고 날카로운,

거의 분노에 찬 듯한 비행음이었다.


그날 밤 새벽 3시,

나는 전기모기채(모스칼리버)를 휘두르다 텀블러를 쳤고, 안에 있던 커피는 쏟아졌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 혐오와 광기 그리고 분노를 악보로 옮기자."


"Rhapsody in Mosquito"는 그렇게 탄생했다.


1. 가을이 배신했다

10월의 역설

10월은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어야 한다.

단풍, 시원한 바람, 책 읽기 좋은 날씨. 하지만 그것은 낭만주의자들의 환상이다.

10월은 사실 죽음의 계절이다.


나뭇잎이 떨어진다.

곤충들이 사라진다.

모든 것이 겨울을 준비한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모기는 가장 절박해진다.

생물학적 본능이 그들을 마지막 공격으로 내몬다.

이 곡은 그 배신감에 대한 것이다.

창문을 열어도 좋을 것 같은 밤,

방충망이 필요 없을 것 같은 선선한 공기,

그리고 갑작스러운 윙윙거림. 가을이 나에게 거짓말을 했다.


2. 165bpm의 절박함

"Irritante e Veloce"

빠르기 표시부터 농담이 아니다.

"성가시듯 빠르게." 이것이 이 곡의 미학적 원칙이다.

아름다움보다 짜증, 우아함보다 속도.

165bpm. 이것은 단순한 빠른 템포가 아니다.


이것은 가을 모기의 심장박동이다.

일반적으로, 기온이 내려가면 곤충의 대사가 느려져야 한다.

하지만 가을 모기는 역설적으로 더 빠르다.

그들에게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연주자는 이 템포에서 2분 30초간 16분음표를 연주해야 한다.


손가락이 경련을 일으키고,

손목이 비명을 지르고,

정신이 흔들린다.

그것이 의도다.

모기에게 시달리는 것이 편안한 경험인가?

아니다. 따라서 이 곡을 연주하는 것도 편안해서는 안 된다.


16분음표의 폭력

이 곡은 16분음표로 가득하다.

모기의 날갯짓이 약 500-600Hz이다. 나는 그것을 피아노로 재현하고 싶었다.


물론 기술적 한계상 정확한 재현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165bpm으로 연주되는 트릴(tr)은청중은 무의식적으로 그것이 모기 소리임을 인식한다.

그리고 불편해진다.

이 곡의 목적은 청중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임시표의 카오스

악보를 보면 안다. 임시표가 미친 듯이 많다. G#과 자연 G음이 교차하고, 예상치 못한 순간에 플랫과 내추럴이 등장한다.

이것은 모기 비행의 수학적 재현이다. 카오스 이론에 따르면, 모기의 비행 패턴은 예측 불가능하다. 이 곡의 화성도 마찬가지다. 연주자는 악보를 보는 것만으로도 혐오감을 느껴야 한다.


3. 압축된 광기

96마디의 전쟁

이 곡은 전통적 형식을 거부한다.

소나타 형식도 아니고,

론도도 아니고,

변주곡도 아니다.

이것은 밤을 지키기 위한 그리고 다음 생의 번식을 위한 한편의 처절한 인간과 모기의 드라마다.


96마디. 약 2분 30초 이내.

짧다. 하지만 모기와의 전투는 짧아도 영원처럼 느껴진다.

2분 30초가 30분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것, 그것이 이 곡의 목표다.

곡의 흐름은 명확하다

침입- 추적- 공황 - 은폐 - 죽음

마지막 꾸밈음과 맨 아래 음.

마지막 죽음 전의 떨림.

그렇다. "전기 모기채"라는 과학의 산물이다.


전조의 붕괴

이 곡에서 조표는 임시표를 적게 그리기 위한 수단 일 뿐,

딱히 어떤 조성도 아니다.

그저 연주자로 하여금 "극도의 피곤함과 혐오감"을 주기 위함일 뿐이다.

전조라고 여기더라도, 그것은 진짜 전조가 아닐 것이며,

그저, 처절한 드라마를 설명하기 위한 기호에 불과하다.


4. 기술적 불편함

연주자에 대한 학대

솔직히 말하겠다.

이 곡은 연주하기 매우 불편하다.

하지만 그것은 버그가 아니라 기능이다.


165BPM의 빠른 16분음표,

예측 불가능한 악센트,

끊임없이 변하는 다이내믹,

급격한 도약,

반복되는 스타카토... 이 모든 것이 연주자를 육체적, 정신적으로 괴롭힌다.


만약 연주를 마친 후 손목이 아프고, 정신적으로 지쳐있다면, 당신은 제대로 연주한 것이다.


최소한의 페달

이 곡에서 페달 제한된다.

모기 소리는 울림이 없다.

건조하고, 날카롭고, 잔향이 없다.

페달을 남발하는 순간 이 곡은 실패한다.


다이나믹이 가지는 심리

이 곡의 다이나믹은 모기의 거리가 아니라 당신의 정신 상태를 나타낸다.

p (피아노): 초기 경계심. "괜찮아, 하나일 뿐이야."

mf (메조포르테): 공황 상태. 모든 소리가 크게 들린다.

pp (피아니시모): 감각 마비. 너무 피곤해서 더 이상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f (포르테): 분노 폭발. 이성을 잃었다.

연주자는 이 심리적 여정을 정직하게 표현해야 한다.


5. 성찰

부조리의 극치

인간은 달에 갔다.

원자를 쪼갰다.

AI를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5밀리그램의 생명체로부터 평화로운 수면을 지킬 수 없다.

이것이 부조리가 아니면 무엇인가?

카뮈가 모기에 대한 에세이를 쓰지 않은 것이 놀랍다.


10월의 실존

가을 모기는 죽어가고 있다.

그들도 안다.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그들은 더 필사적이다.

마지막 비행, 마지막 공격, 마지막 기회.


이것은 단지 모기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시간에 쫓기는 모든 존재의 이야기다.

마감에 쫓기는 예술가, 은퇴를 앞둔 운동선수, 계절의 끝을 아는 모든 생명.

이 곡은 그 절박함에 대한 경의이자 저주다.



6. 퍼포먼스 제안

기본 원칙

이 곡은 아름다워서는 안 된다.

연주자들은 모든 것을 아름답게 만들려는 본능이 있다.

그 본능을 억제하라.

이 곡은 추해야 하고, 짜증나야 하고, 불편해야 한다.

만약 괜찮다면, 전기모기채(모스칼리버)를 들고 휘저으며 등장하는 것도 좋겠다.


템포

165bpm을 엄격히 지켜라.

느려지고 싶은 유혹을 뿌리쳐라.

숨 쉬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가을 모기는 숨을 쉬지 않는다. 당신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아티큘레이션

스타카토는 신경질적으로

트릴은 절대 우아하게 하지 마라. 짜증스럽고 고통스러워야 한다

악센트는 폭력적으로

16분음표는 기계적 정확성보다 광기를 우선하라


무대 연출

이것은 진지한 제안이다

연주 전, 무대에서 실제로 모기를 찾는 듯한 제스처를 하라
(모스칼리버 - 전기모기채를 휘적이며 입장 하는 것도 좋겠다)

연주 중, 가능하다면 허공이나 피아노를 쳐라 (즉흥적으로)

연주 후, 청중을 향해 묻는다
"혹시 모기 보셨습니까?" 혹은 "망할 모기새끼들!"


이것은 농담이 아니다. 작품의 연장이다. 음악은 무대에서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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