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까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적다가 20살이 되면, '이제 미성년자가 아니'라며 성인으로 대한다. 그런데 온전한 성인 대우도 아니다.
'네가 뭘 안다고?'
이런 이중 메시지를 받으며 21살 때부터 직장 생활을 했다. "그 나이 먹도록 뭐 했어? 애도 아닌데 어디까지 알려줘야 해?"라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들었다. 갈 길이 멀고 험난하기만 한 20대 초반, 미성년자 꼬리표를 갓 뗀 나는 성인의 몫을 해야 했다. 그때부터 좌충우돌은 시작된 것 같다.
그렇게 깨지기만 했던 나도 내공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고, 위기 대처능력도 향상됐다.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다. 인생에 끝은 없는 것 같다. 새로운 환경이 주어지면 또 다른 위기 상황 앞에서 미숙한 내 모습을 직면해야 했다. 좌절하고 눈물로 지새는 날이 늘어만 갔다. 세차게 몰아치던 폭풍 속에서 지내길 29년. 이제는 뭔가 조금 알 것 같다가도,
개뿔~ 알긴 뭘 알아! 아직도 멀었구먼!
그런데 요즘 다양한 매체를 통해 '내가 어른이 되어가고 있구나'라는 것을 실감할 때가 있다. 특히 우영우를 보면서 생각이 깊어졌다.
직장 생활하면서 여러 유형의 직장 상사를 만나봤다. 일 못하는 사람, 화부터 내는 사람, 할 말 못 하고 끙끙대는 사람, 이간질하는 사람, 무시하는 사람, 불같은 사람,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사람, 협력하는 사람 등
내가 가장 기억하고 싶지 않은 상사 유형은 '화만 내는 상사와 책임감 없는 상사'다.
자기 생각이 맞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화만 내는 사람과 대화가 불가능하다. 이런 사람은 그저 복종만 바란다. 더 기가 막힌 건 책임감 없는 상사다. 자신이 한 일을 부하 직원에게 떠넘기고, 부하 직원의 공로를 자신의 것처럼 포장하는 최악의 상사는 생각만 해도 끔찍! 상사이기 이전에 어른인데, 어른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며, '나는 저 사람처럼 되지 말아야지'라고 여러 차례 다짐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오는 정명석 변호사 같은 어른을 딱 2번 만났었다. 두 명 다 여자 상사였는데,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공식을 깬 어른이다. 성장통을 겪는 후배 직원을 인정해 줬다. 그분과 함께 나도 성장하는 것을 느꼈을 때, 그 희열은 말도 못 한다.
나도 그런 상사가 되고 싶고,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물론 쉽지 않지만 부단하게 노력한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나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구나' 깨닫게 됐다. 아직도 실패하고, 배우고, 뒹굴고 있지만, 나름의 구력이 쌓여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왠지 '죽을 때까지 이런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퍼플슈룹은 사회복지사 온라인 동호회 '사공즈(socialworker community)'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매거진은 주말 글쓰기 모임(씀)에서 제공되는 '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