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쾌청한 가을... 오랜 벗과 함께 점심을 먹고, 인천에 있는 대안학교를 방문하기로 했다. 평소 대안학교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오늘을 기다렸다.
들뜬 마음을 가득 안고 벗과 함께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인근 짬뽕 맛집으로 향했다. 메뉴판을 꼼꼼하게 살펴본 후 벗은 해물짬뽕, 나는 차돌 짬뽕을 주문했다. 가만 짬뽕을 먹으면서,
'나는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걸 왜 먹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7살로 기억한다. 소가 눈물을 흘리며 도축장에 끌려가는 모습을 TV에서 보고 나도 함께 울며 오랜 시간 고기를 먹지 않았다. 성인이 되던 해 어느 날,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삼겹살을 과자처럼 구워서 먹기 시작해서 지금은 조금씩 먹고 있다. 뭐, 내 돈으로 고기를 사 먹으러 다니지 않지만 나름의 기준에 의해 고기를 먹으며 지내고 있다. 그래도 끝까지 먹지 않는 것은 조류다. 물론 이것 때문에 사회생활에 영향이 있지만 이것만큼은 정말 먹고 싶지 않다.
나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조류를 전혀 먹지 않으며 고기를 즐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런데 함께 식사하러 갈 일이 있으면 오늘처럼 차돌이 들어간 음식을 먹기도 하고, 돈가스, 만두, 햄버거 등 먹는다. 아마 처음 보는 사람들은 '뭐야! 고기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잘 먹네!'라고 생각하며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볼 수 있다. 나도 헷갈려서 채식주의자 범주를 알아봤다. (참고도서, 나의 비거니즘 만화)
채식주의자 범주는 다음과 같다.
- 비건 : 육류, 생선, 달걀, 우유 등 전혀 먹지 않으며 동물 착취로 얻은 가죽, 화장품 등도 소비하지 않는다.
- 락토 : 채식을 하나 달걀을 제외한 유제품까지는 허용한다.
- 락토 오보 : 채식을 하나 달걀과 유제품까지는 허용한다.
- 페스코 : 채식을 하나 생선, 달걀, 유제품까지는 허용한다.
- 폴로 : '붉은' 살코기를 먹지 않는다.
- 플렉시테리언 : 채식을 지향하나 때에 따라 육류와 생선을 먹는다.
- 프루테리언 : 식물의 생존을 방해하지 않는 열매, 잎, 곡식 등만 먹는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내가 비건인 척하는 것이 아니라, 채식주의자의 다양한 범주 중 하나에 속하는 것을 알게 됐다. 물론 범주를 알기 전, 개인적인 취향으로 육식을 지양하고 있었다. 단지 내 취향을 잘 알고, 남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을 뿐이다.
서로가 존중받는 사회 속에서 건강하게 내 취향을 이어가고 싶다.
※ 퍼플슈룹은 사회복지사 온라인 동호회 '사공즈(socialworker community)'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매거진은 주말 글쓰기 모임(씀)에서 제공되는 '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