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방송사마다 영화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한다. 영화를 좋아해서 일부러 찾아보는 편이긴 한데, 이번에는 집안 이곳저곳을 왔다 갔다 하며 보느라 집중하지 못했다. 그런데 '인생은 아름다워' 소개하는 것을 보고 그대로 멈춰서 집중해서 봤다. 영화 보는 내내 울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스토리를 간단하게 소개하면, 암에 걸린 주인공이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고 '이대로 죽을 수 없다!'라고 생각하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할지 '버킷리스트'를 작성한다. 첫 번째 소원이 사랑받기... 여기서 마음이 저릿했다. 주인공은 자신의 행복했던 순간, 즉 첫사랑을 찾아 떠난다. 그것도 남편과 함께. 그 여정 속에서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며 진정한 사랑이 누구인지 알게 되는 가족영화이기도 하다.
KBS 영화 소개 장면 중 일부
시한부 인생을 사는 부인이 자신의 첫사랑을 남편과 찾아 떠나다니! '뭔가... 싶다가도 뻔한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또 배우들이 하는 노래는 어색했다. 너무나 당연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영화 끝에 반전(보시면 알게 됩니다)이 숨어있다.
반전 때문에 어이없어서 웃었고, 신기하게도 어설픈 배우들의 노래와 춤에 점점 빠져들어 갔다. 이들은 마치 직접 경험한 것처럼 진정성 있는 연기력을 보여줬고, 진심 어린 대사, 배우와 스태프들의 열정, 따뜻함, 감동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래서였을까?
영화가 끝났음에도 관객들은 몇 초간 미동이 없었다.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보니 여기저기서 눈물 닦고, 서로 토닥이는 등 감정을 추스르느라 바빠 보였다. 쿠키영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영화가 끝났음에도 미동 없는 사람들을 보고 진짜 놀랐다. 하긴... 나도 너무 울어서 바로 일어날 수 없긴 마찬가지였다. 손수건을 미리 챙겼으니 망정이지 준비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을 정도로 울었다.
최근 읽었던 '생각의 각도'에서 작가는 '적금처럼 매일 주어지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냐?'라고 물었다. '다른 사람을 헐뜯고, 원망하고, 비판하고 밟고 이기려고 하는데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비난하며 갉아먹고 있지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귀한 시간을 나는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나만의 나이테를 어떻게 만들어 가고 있는지 깊이 생각하는 귀한 시간이었다.
혹시 영화를 안 보셨다면 한 번쯤 보는 건 어떨지 추천한다. 물론 사람마다 달라서 반드시 감동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그래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다른 사람을 헐뜯는데 소비하지 않고, 타인의 시선에 줄타지 않고, 귀하게 써야겠다!라는 생각은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