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사회가 변했다지만, '이렇게 파격적인 주제를 방송에서 다룬다고?'방송국 사람들이 용기 있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방송이 거듭되면서,'이 방송이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센터 근무했을 때일이다. "선생님, 저 임신한 것 같은데 어떡하죠?"아무리 들어도 적응되지 않는 말. 두근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침착하게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 대부분 비슷한 경로다.남자아이는 잠수, 여자아이 부모님은 병원행 고수! 그런데 가장 두려움을 많이 느끼는 여자아이를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나는 아이의 떨리는 목소리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마음이 아팠지만,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대책 없이 본능에만 이끌려 일을 벌인 아이들 탓을 많이 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아이들도 아는 게 없다.
"학교에서 하는 성교육 시간에 그냥 자요. 선생님이 얘기하는 정도는 저도 알거든요"
"진짜 궁금한 건 하나도 얘기해주지 않아요"
여러 가지 이유로 아이들은 학교에서 진짜 성교육을 받지 못한다. 우리나라 문화 특성상 '성'과 관련된 이야기는 입 밖으로 꺼내기가 어렵다. 물론 어른들도 성교육을 음지에서 배웠기 때문에 잘 모른다.
"선생님, 관계를 5번 이어서 하면 아이를 5명 계속 낳을 수 있어요?"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아이가 구성애 선생님책을 읽다가 질문을 던졌다.아이들과 함께 있으면서 '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최대한 자연스럽고 아이 수준에 맞게 이야기하려고 노력했던 나지만, 불쑥 들어오는 아이의 질문은 언제나 당황스럽다. 나 또한 학창 시절, 성교육을 받아 본 경험 없었지만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누구를 탓하는 것도, 원망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고딩엄빠들을 옹호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부모 그늘에서 보살핌을 더 받아야 할 청소년들이 자신 앞에 닥친 두려운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소중한 생명을 책임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대단할 뿐이다. 물론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한 책임일 테지만, 더욱더 쉬운 명분을 내세울 수도 있었을 텐데, 험난한 길을 선택한 그 용기가 대단하다.
10대에 부모가 된 고딩엄빠들의 다양한 이야기와 좌충우돌, 세상과 부딪히며 성장하는 리얼 가족 프로그램이다. (MBN 고딩엄빠, 기본정보 발췌)
내 자식이 10대에 부모가 되는 것을 원하는 부모는 아무도 없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이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어른들의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