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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슈룹 May 21. 2022

결혼이 정답일까?

선생님이 애를 안 낳아봐서 그런 말 하지!

그 말이 맞다. 난 알 수 없다. 애를 낳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를 낳기 이전에 결혼을 먼저 해야지 않을까? (아직 우리나라는 결혼하고 출산해야 한다는 공식 아닌 공식이 있지 않은가. 그 공식을 갈아엎을 만한 자신이 없다)

 


선생님! 애를 안 낳아봤으니 그런 말 하지. 애 키워봐요, 그런 말이 나오나.


어린이들과 있다 보면 학부모들에게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다. 어린이집에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얘기를 들었을 때, '애 낳은 게 뭐 벼슬이라고? 내가 결혼을 안 해서 그러지. 20대 때 결혼했으면 자식들 나이가 20대 중반은 됐겠네. 잘났어 정말'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다시 생각해도 참 못났던 때였다. 그런데 내가 왜 이렇게 결혼 얘기에 민감할까?라고 생각했더니, 대학원 때 일이 생각났다.




난 석사, 박사 모두 가족학을 전공했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아동학 전공자는 많았으나, 가족학 전공자는 상대적으로 인원이 적어서 늘 소수로 수업이 진행됐다. 그날 수업 인원은 총 4명. 기혼 2명, 미혼 1명, 신부님 1명. 수업 중 뜬금없이 교수님이 나에게,


"00 씨는 결혼을 안 했으니 세금을 더 내야 해. 가족학 전공자가 어떻게 결혼을 안 하니?"

내가 너무 놀라서 "네?"라고 되물었다.


"아니 그렇잖아. 00 씨는 가족학으로 박사까지 공부하는 사람이 결혼을 안 해서 어쩌니? 나중에 학부모들 만나서 상담할 때 공감이 되겠어? 결혼을 하지도 않은 사람이 뭘 아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래?"


물론 이해한다. 가족학 교수님이고 제자가 결혼을 안 하고 있으니 그런 말을 할 수 있지. 그런데 너무 차별적 발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미 직속 선배들 중 결혼을 하지 않은 50대 선배가 둘이나 있었다. '그 선배들한테도 이런 말을 했나?'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 표정이 좋지 않자 신부님이 "요즘 결혼이 필수인가요? 하고 싶을 때 하면 되죠. 아직 젊은데요. 허허허" 수업이 어떻게 끝났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우리 학과 교수님들은 좋은 분들이다. 교수의 갑질? 논문 조공? 등 뉴스에 나올 만한 일이 전혀 없는 곳이다. 다만 이렇게 공감을 잘 못해주는 분이 계신다.


내가 교수님께 묻고 싶다.

"가족학을 공부하신 교수님이 제자에게 이런 상처를 주는 건 괜찮으신가요?" 

 





난 아이들을 좋아하고 예뻐한다. 하물며 아이들과 잘 논다. 조카의 성장과정도 함께 했다. 기저귀 차고 있는 아가들부터 대학생들까지 전 연령을 경험해 본 입장에서 '양육'이라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조금은 안다. 물론 결혼을 했다면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 점을 부정할 수 없으며, 결혼 후 변한 사람들도 봤다. 그렇다고 상대와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억지로 결혼할 수 없지 않은가?


경험하지 않은 그 길을 대신해 13년째 수없이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났다. 지금도 꾸준하게 전공 공부를 하고 있다. 수많은 사례를 통해 아이들이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부모를 조력하고 있다. 조력하는 과정은 쉽지 않으나,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람들이 타인을 대할 때 자신의 인생이 전부인양, 남의 인생을 재단하는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생에 정답이 없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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