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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상사

퇴사가 답인가?

by 퍼플슈룹

보좌진을 향한 갑질 외에도 이슈가 가득했던 강선우 여가부 장관 후보가 오늘, 자진사퇴 카드를 내밀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어떤 인생을 산 것일까?' 생각 끝에 나 또한 갑질 상사를 만나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법인 내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했던 난, 법인 대표와 갈등이 잦았다. 갈등의 원인은 대표의 갑질.




오전 업무를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나가던 어느 날, 1층에서 관리팀 직원들이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무슨 일이 있는지 물었다.


"오늘 후원품이 여러 개 들어왔는데, 그중 몇 개를 대표님 댁으로 옮기라는 지시가 있어서 지금 옮기고 있어요"


후원품이면 법인에서 써야지, 왜 대표님 댁으로 가져가냐고 물었더니, 직원은 난처해하며 자리를 떴다.


김장철이 다가온 11월 어느 날, 구내식당 여사님이 관리팀 직원에게 하소연을 늘어놓고 있었다. 자초지종은 이랬다.


음식을 잘하는 여사님은 직원들이 먹을 김치를 늘 직접 담갔다. 이점을 눈여겨본 대표님이 주말에 자신의 집에 와서 김장을 하라고 부른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건 이런 일이 한 해 두 해 일이 아닌데도, 부당하다고 말도 못 하고 직원들끼리 서로를 다독일 뿐이었다.


"못 한다고 말하면 안 되나요?"

"아이고.. 무슨 봉변을 당할라고. 하라는 대로 해야지."


깊은 한숨을 몰아쉬는 여사님을 보면서 화가 났지만 나 또한 참을 수밖에 없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개인 심부름을 수시로 시키는 건 기본, 집 이사한다고 직원들을 모두 불러 이삿짐을 나르게 했다. 회식은 전원 참석이 기본이고, 본인이 끝내자고 할 때까지 아무도 집에 갈 수 없었다. 회식 때 불참 또는 대표가 하라고 했을 때 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불이익을 줬다. 이렇게 1년을 근무하는 동안 억울하고 분해서 참을 수가 없었는데, 대부분의 직원들은 5년, 10년 그 이상을 버티고 있었다.


'내가 잘못된 건가?' 헷갈리기 시작했다.


러던 어느 날, 회식자리에서 식사하는 내내 대표는 직원들을 구박하고 함부로 대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난 허벅지를 치며 참고 또 참았지만,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대표님! 직원들에게 막말하시고, 개인적인 일 수시로 시키고 이러면 직원들이 어떻게 버팁니까?"


대표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쳐다봤고, 직원들은 나를 뜯어말렸다. 하지만 이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너무 떨리고 무서웠지만, 있는 대로 쏟아붓고 '퇴사'하겠다는 말을 남긴 채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요동치는 심장을 부여잡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다리가 후들거려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뻔한 결말이지만, 다음 날 대표방에 불려 갔다. 잔뜩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대표에게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먼저 사표를 내고, 후임자를 빨리 구해달라고 먼저 했다. 물론 퇴사하는 날까지 대표의 복수를 감수해야 했지만 말이다.




내가 그만둔 이후로 몇 명이 더 그만뒀고, 부당함을 버티며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사실 나처럼 할 말하고 퇴사하는 게 맞는지, 어떤 고난과 역경이 있어도 버티는 것이 맞는지..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상사의 부당한 갑질을 그대로 둘 수 없다!'이 한 가지는 확실했다.


직원들끼리 사이좋게 가족처럼 지내는 회사도 분명 있다. 나도 그런 직장을 다닌 경험이 있다. 하지만, 가깝다고 해서 상대방을 함부로 부릴 권리는 어떤 누구에게도 없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건,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이며, 이런 선한 마음을 감사하게 받고 나누는 것이다. 그 어디에도 당연한 건 없음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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