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하얀 옷. 어떤가요?

어림도 없는 일!

by 퍼플슈룹

어린 시절 나는 하얀 옷을 자주 입었다. 이 말은 결국 엄마가 하얀 옷을 많이 입혔다는 뜻.


삼 남매가 항상 깔끔하게 흰색 또는 파스텔톤 옷을 입고 다녔다. 늘 깨끗하게 입고 다니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칭찬을 자주 들었다.

"애들이 착하고, 얌전하고 항상 깨끗하네요"

어린이들에게 이 말이 과연 칭찬일까? 어릴 때부터 정갈하게 옷을 입고 다녔고, 놀이터를 가본 기억이 없다. 혹시나 놀이터에 가서 모래라도 밟고 집에 들어가는 날에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그때는 엄마가 어떻게 그리 잘 아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아이들과 지내보니 이유를 알게 됨)


6학년 때 일이었다. 그날은 비가 많이 왔다.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비 오는 날 집에 혼자 갈 수 없다. 왜냐하면 엄마가 데리러 오기 때문이다. 그것도 집까지 날 업고 말이다. 그뿐 아니라 동생 둘도 모두 그렇게 해서 귀가시켰다. 지금 생각하면 울 엄마 대단한 사람이었다. 자식들, 행여나 큰일 날까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참으로 애지중지 귀하게 키우셨다.


그러나 신기하게 엄마와 나는 모든 장면을 다르게 기억하고 있다. 엄마는 최선을 다해서 키웠다고 기억하는 것과 달리, 난 어린 시절을 불행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가 오면 첨벙첨벙 장난치며 친구들과 집에 가고 싶었지만, 절대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은 착하게, 엄마 말을 무조건 잘 듣는,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참는.. 뭐 이랬다. 난 맘대로 하며 살고 싶었다. 때로는 내가 하고 싶은 말도 하고, 감정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고 싶었다. 그래서 난, 아이들을 반대로 키웠다. 물론 내 아이가 아니어서 마음껏 할 수 없었지만, 물에 첨벙첨벙하고 싶으면 해 보라고 했고(너무 젖지 않는 선에서), 비도 맞아보고 싶으면 해 보고. 하고 싶으면 경험하게 했다. 경험 유무에 따라 생각과 행동이 달라지는 것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것에서 허용적이지 않았다는 점)


흰 옷이란 주제는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키워드 중 하나다. 비 오면 나는 절대 흰 옷을 입지 않는다. 물론 '흰 옷이 죽어도 싫어'는 아니지만, 세탁도 힘들고, 때도 잘 타고 그냥 선호하지 않을 뿐이다.


결론적으로 난, 비 오는 날 하얀 옷은 상상도 할 수 없으며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 퍼플슈룹은 인스타에서 사회복지사 온라인 동호회 '사공즈(socialworker community)'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매거진은 글쓰기 모임(씀)에서 제공되는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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