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면 모두가 변하니까
처음 이 곳에 왔을 때, 복덕방 아저씨는 여기가 연남동 차이나타운이라 했다. 이후 그렇게 이야기하면 아무도 못알아듣긴 했지만, 각각의 개성이 있는 맛있는 중국집들이 많아 행복한 동네임은 확실했다.
이 동네에서의 4년이 지나갔다.
그 동안 나는 이 곳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작은 고양이와 지내기도 했으며, 생애 가장 행복했던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다. 나에게 이런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동안 이 동네에도 수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낡은 테레비를 틀어놓고 꾸벅꾸벅 졸던 할머니의 참기름집에는 젊은 사장의 가게가 들어섰고, 가장 좋아하던 구석진 작은 카페는 새로운 건물주에게 떠밀려 새로운 장소를 물색하느라 휴업중이다. 초여름이면 사진찍었던 작은 담벼락의 능소화는 공사판에 휩쓸려 사라졌고, 얼굴이 넙적한 노랑 냥꼬를 쓰담쓰담하던 골목도 사라졌다. 흥미롭고 감각적인 편집샵들도 생기고, 맛있는 빵집도 몇개 생겨났지만 말이다.
어쩌면 시간이 흐르니까 당연히 변해가는 모습인지도 모르지만, 타박타박 골목들을 걷다보면 마음이 흠칫흠칫 놀란다. 순식간에 허물고 세워지는 엄청난 변화의 물결이 아직도 낯설다. 기대가 되기도,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가장 큰 감정은 아무래도 아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