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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공공 May 04. 2022

프레드가 옷을 입어요

핑크는 자유인가 속박인가


따뜻한 봄날, 반듯하고 작은 택배가 하나 도착했다.

그렇게 발그스레한 예쁜 책 한 권이 나에게 왔다.

일단 가볍게 한번 훑어보고 거실에 두니, 6 첫째 아이도 보고 놀러 오신 친정 부모님도 보신다.

아이와 같이 읽으시고 마지막 장면을 보시고는, "아 프레드가 여자아이였구나" 하신다.

나도 가볍게 훑어보기만 했던 터라 그런가 보다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 보자... 프레드, 아마도 'Fred'인 이 이름은 보통 남자의 이름이지 않던가.

'철수'라는 여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과 같은 이유로 프레드는 남자라고 생각해봄직 하지만,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모를 일이다.

성별은 접어 두고 다시 천천히 읽어본다.



프레드의 엉덩이와 몸매가 너무 귀엽다. 세상 자유롭게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신이 난 모습을 보니, 나의 아이를 포함한 주변의 아이 몇 명이 떠오른다. 진지하게 엄마아빠의 옷장을 들여다보고 있는 뒷모습. 진지하게 놀 때의 우리 둘째랑 너무 겹쳐서 풉 웃음이 나왔다.



아빠의 옷은 입기 어렵기도 하지만 그다지 흥미롭지 않은 듯 금방 엄마의 옷장으로 가는 프레드.

다양한 디자인, 다양한 색상과 종류의 엄마 옷들은 너무도 재미있다. 게다가 스스로 입기에도 큰 무리가 없다.

엄마의 액세서리와 화장품까지 건드리고 있는데 엄마아빠에게 걸리고 만다.

이때 엄마아빠의 눈빛, 알 것 같다. 아이가 뭔가 잘못을 신나게 저지르는 것을 봤을 때의 그 느낌. 치울 일이 걱정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도 아이에게 하면 안 되는 것을 가르쳐야 하는 순간인가 살짝 고민하는 찰나. 신남이 가시지 않았는데 긴장감이 겹치는 아이 얼굴의 귀여움.



이런 느낌으로 다음 장을 넘기며 어떻게 훈육을 하려나 읽어보는데, 훈육은 커녕. 어떻게 제대로 꾸미는지를 직접 보여주며 함께 한다. 위에서 저 눈빛 아는 눈빛이라고 했던 나의 생각은 약간의 오산이었다. (아이가 귀엽다고 느끼는 것은 같은 마음일 듯하여 완전한 오산은 아니라고 위안삼아 봅니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보니 작가의 어머니가 실제로 이런 분이셨다고 한다. 온유하고 민주적인 어머니.

나 또한 이런 엄마이고 싶은 사람인데, 그러기에는 나의 기준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닐까 싶다. 내려놓는다고 노력하지만, 아이들의 행동은 매일 나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여 온유하고 민주적인 어머니는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다.



프레드의 엄마아빠에게는 그저 관대한 것을 넘는 민주적인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아마도 벽 없는 존중인 것 같다. 프레드의 성별이 물음표라고 시작하긴 했지만 아마도 남자일 가능성이 큰데, 여자아이였어도 그렇긴 하지만 남자아이라고 했을 때 프레드 엄마아빠의 반응은 더욱 이상적인 느낌이다.

나는 첫째 아이가 딸이고 둘째 아이가 아들인지라 자연스레 성별로 구분 짓는 것을 편견 없이 접하도록 노력한다고 했는데도, 이 책의 엄마아빠를 보니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성 고정관념을 민감하게 생각하긴 하지만, 충분한 선택지를 아이들에게 주고 있는 걸까 되돌아보게 된다.

내가 유도하지 않았는데도 남자아이인 둘째는 그 많은 누나 장난감들 중에서 자동차와 공룡을 좋아하고, 핑크와 공주를 좋아하지 않아서 접하지 않게 했는데도 여자아이인 첫째는 요즘 핑크 공주가 한창이다. 신기하다, 어쩔 수 없는 건가 보다 생각하지만 이 취향을 어디까지 강화시킬 것인가는 늘 고민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두 아이의 놀잇감들이 한데 모여있으니, 자연스럽게 서로의 것을 가지고 놀기도 하고 서로의 놀이를 곁에서 보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책을 보며 핑크색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하게 되었다. 핑크를 여자, 공주라고 연결 짓는 것 또한 하나의 편견인 것을 어느샌가 또 놓치고 있었다. 요즘 핑크의 상징을 말하라 한다면 여성성보다도 젠더 관습에 대한 거부와 관련이 있는데 말이다. 이 책의 그림이 전체적으로 핑크 빛 아우라를 뿜는 듯하게 그려진 것도 이런 상징성과 연결되는 것이 아닐까.



프레드의 자유로운 엉덩이를 보며, 우리의 아이들이 관습에 갇히지 않고 남의 시선에 두려워 말고 언제까지나 자유롭게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를 비롯한 어른들도 그럴 수 있기를 매우매우 바란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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