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참 예쁘세요.
표면 정리도 해드릴까요?
무슨 색 바를지 잠시 고르고 계세요.
요즘 트렌드는요."
궁금하지도 않은 것을 쉴 새 없이 묻는다
그게 삶의 방식인 것을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어린 그녀는 너무 빨리 알게 된 듯...
손톱
회월
동네 어귀, 철거를 앞둔 재래시장
뭉턱뭉턱 잘려 나가는 닭대가리들
내장을 후벼 파는 여자 손의 퍼런 힘줄이 도드라져 보인다
죽은 피의 색깔만큼 짙은 손톱에
붉은 철쭉 꽃잎이 뚝뚝 떨어진다
지렁이 한 마리 잡지 못했던 시간을 지나
단두대의 집행관처럼 내려치기를 수백 번 아니 수만 번
검은 옷의 재판관과 젠가 게임을 하는 여자
아마도 곧 잊어버리게 될 아침
잠에서 깨어나 자귀 난 짐승처럼 밥을 먹어치우리라
어릴 적 엄마는
여자는 손이 예뻐야 잘 산다고 했다
손톱은 여자의 살아 온 길이라고
낮 소주 석 잔에 손톱만큼 붉어진 얼굴로
거미가 집을 짓지 않는다고
꽃피는 건 잠시,
시들고 마르고 얼어붙는다고
내 새끼 한번 품어보지도 못했다고
소리 없이 떨어지는 묽은 방울들
오늘도
난전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잘 다듬어진 가위로
손톱을 만지는 여자
지나온 시간만큼 두터워진 내 손에서도
종잇장 부비는 소리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