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다’는 말은 발견인가, 훈련의 결과인가

나다움, 그 실존적 불협화음과 조율의 기록

by Henri

“나답다”는 말은

성취의 정점에서 터져 나오는 환호가 아니다.

오히려 하루의 소음이 모두 가라앉고,

타인의 목소리마저 멀어지는

고독의 한가운데서 조용히 떠오른다.


그 말은 설명이 아니라 감각이다.

논리로 증명되는 정의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가 나 자신과

심하게 어긋나 있지 않다는

짧고도 미묘한 안도의 숨.

겹겹이 둘러쓴 역할과 기대를 한 겹씩 벗겨냈을 때

마침내 남는,

차갑고 투명한 호흡 같은 것.


우리는 흔히 ‘참된 나’를 찾으려 한다.

어딘가에 숨겨진 보물처럼,

일상의 파편 아래 묻힌

불변의 실체가 있으리라 믿으며

자아를 캐내듯 자신을 들여다본다.


그러나 침묵 속에서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으면

정박한 얼굴은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그 자리에 있는 것은

비겁함과 용기, 체념과 열망이

서로 스치며 사라지는

끝없는 변주뿐이다.


인간은 하나의 형상으로 머물지 않는다.

우리는 매 순간

흔들리며 구성되는 감정의 집합이고,

지속적으로 바뀌는 방향성의 흐름이다.


그럼에도 어떤 순간,

우리는 설명 없이 안다.

이 선택은 나를 소모시키지 않는다는 것,

이 침묵은 나를 배반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그 직감은 갑작스러운 계시가 아니다.

수없이 틀리고,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다시 돌아오는

그 느린 반복 속에서

몸에 배는 감각이다.


나다움은 선물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매일의 태도 속에서,

쉽게 넘길 수 있었던 것을 넘기지 않는 고집 속에서,

삼켜야 했던 말들과

끝내 하지 않은 선택들 속에서

조용히 단련되는 근육이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결을 지닌 채 태어난다.

같은 바람을 맞아도

어떤 이는 더 날카로워지고,

어떤 이는 더 부드러워진다.


이 차이는 노력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각자가 지닌 고유한 진동의 방향에서 온다.

무엇에 더 쉽게 흔들리는지,

어디에서 가장 깊이 아파하는지.


그 취약함의 방향이야말로

나다움이 자라나는 토양이다.

강함보다 먼저,

그 연약한 방향이

나를 나답게 만든다.


결국 나다움이란

이미 존재하는 나를 알아차리는

조용한 응시와,

아직 오지 않은 나를 향해

한 발 내딛는 투쟁이

겹쳐지는 자리다.


나는 나를 해석하며 살아가고,

살아냄으로써

비로소 나를 이해한다.

그 끝없는 왕복 속에서만

‘나다운 순간’은

파편처럼 잠시 빛난다.


그러므로 “나답다”는 말은

완성의 선언이 아니다.

그것은 호흡이다.

들이마시고, 내쉬는 사이

잠깐 되찾는 균형.


삶이라는 거친 흐름 속에서

오늘의 나의 걸음이

나의 영혼과

너무 멀어지지 않았음을

조용히 확인하는 일.


그 고독한 확인을

하루에 한 번이라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미

‘나’라는 한 존재로

충분히 서 있다.


Henri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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